올해 7위로 가을야구 도전에 실패한 롯데.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수확이 있었다면, 내년을 기대케하는 새얼굴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선수들로 투수진의 구승민(28), 야수진에서는 전병우(26)가 있다. 이들은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준 2018시즌을 뒤로하고 확실한 결실을 이룰 수 있는 2019시즌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구승민과 전병우는 올해 모두 1군 레벨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막연한 기대가 실현 가능한 희망으로 변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시즌이었다. 무엇보다 두 선수 모두 군 문제를 해결하고 나란히 2018시즌을 앞두고 돌아왔고, 암흑의 2013~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건져낸 수확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구승민 2013년 6라운드, 전병우 2015년 2차 4라운드).
구승민의 올 시즌 후반기 활약은 말할 필요가 없다. 후반기 활약으로 구승민이 필승조의 재목이었다는 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후반기에만 12홀드 평균자책점 3.48의 기록. 시즌 성적은 64경기(73⅔이닝) 7승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찍었다. 상무에서 불안했던 투구 폼을 정착 시켰고, 보직 역시 마무리 투수로 나서면서 불펜 투수 체질을 만들었다. 포크볼이라는 위닝샷까지 장착한 구승민은 이전 공만 빠른 ‘와일드씽’의 원석에서 다듬어진 보석으로 탈바꿈했다.

물론 이제 풀타임 첫 시즌을 치렀다는 점에서 확실한 상수로 분류하기엔 다소 이르다. 후반기 막판 팀의 상승세 속에 어쩔 수 없이 겪었던 ‘단기 혹사’의 여파가 다가올 시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가늠할 수 없기 때문. 젊은 투수의 갑작스런 이닝 증가로 인한 후유증을 박세웅, 박진형이 겪었고, 현재 모두 재활 중이라는 사실은 구승민에게 엄습하는 그림자다.
다만, 구승민은 대학 시절 뒤늦게 투수로 전향했기에 어깨 상태는 비교적 양호 하다는 점, 그리고 구단과 본인 스스로도 이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주의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 그는 “아무래도 첫 풀타임 시즌이었고, 몸이 어떻게 이상이 올 지 몰라서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치르면서 경험과 자신감을 얻은 점은 다가올 시즌의 큰 자산이다. “안해본 사람은 모르는 게 풀타임이었다. 정말 큰 수확이었다. 올해 많이 배운 시즌이었고 성적도 생각했던대로 잘 나왔다”고 자평한 구승민이었다.
전병우 역시 후반기 롯데 내야진의 복덩이. 앤디 번즈의 침체, 후반기 신본기의 슬럼프 등과 맞물리면서 전병우의 활약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9월 확장 엔트리 때 첫 1군 무대를 밟았지만 1군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강렬한 9~10월이었다. 약 한 달 반의 기간 동안 전병우는 타율 3할6푼4리(77타수 24안타) 3홈런 13타점 18득점 OPS 1.048의 성적으로 1군 첫 시즌을 마감했다.
아직까지 상대 팀들의 분석이 덜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병우는 중장거리 내야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중장거리 내야수로의 성장은 구단과 본인이 모두 기대했던 모습이었다. 표본이 적지만 그의 장타율은 0.606이었다. 콜업 초반에는 약간의 적응기가 필요했지만, 곧장 적응했고, 다소 침체되는 시기를 겪으려는 찰나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들로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했다. 주눅들지 않는 자신감은 기본이었다.
수비에서의 모습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2루가 주 포지션이고, 3루를 이따금씩 소화했다. 일단 2루수에는 외국인 카를로스 아수아헤가 들어오면서 3루수로 시즌을 준비할 전망이다. 또 다른 내야 유망주인 한동희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1군 데뷔 이후 유격수 임무까지 더해졌다. 기본적으로 3루 경쟁을 하는 동시에 내야 전천후 백업 역할까지도 맡을 수 있다. 안정과 확신을 심어주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수에서 풀타임 시즌을 치러본 적이 없기에 올해 9월 보여준 활약이 반짝이 아니었음을 내년에는 증명해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