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달리 “노브레인의 황현성과 달리의 달리는 다르다”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8.12.28 12: 57

밴드 노브레인의 드러머 황현성은 지금까지 꽤 많은 노브레인 곡을 만들었다. 지난 2016년에 나온 7집만 봐도 ‘Brainless’, ‘Big Phony Show’, ‘내 가죽잠바’, ‘아직도 긴 터널’을 작사작곡했다. 2013년에 나왔다가 컴필레이션 앨범 ’20’에 수록된 ‘소주 한잔’도 그의 손을 거쳤다. 아, 지금도 K리그 축구 선수등장곡으로 사용중인 앤섬 ‘Here Is The Glory’도 그가 작곡, 편곡한 곡이다. 
하지만 황현성은 “내 안의 조그만 것을 표출하고 싶어” 지난해부터 ‘달리’라는 예명으로 솔로 활동을 병행해오고 있다. 벌써 싱글로만 7장을 냈다. 내년 1월에 달리 싱글을 한 장 더 낼 예정인 그를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약속장소인 미러볼뮤직에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일곱살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상담이 길어졌다고 한다. 애아빠 록커이자 솔로가수인 달리와의 인터뷰, 스타트. 
= 2016년 노브레인 7집 인터뷰 때만 해도 아들이 다섯살이었는데 세월 빠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노브레인은 계속 공연하고 싱글 내고 그랬다. 저희가 나름 옛날 사람들이라 앨범을 선호하지만 정성껏 쓴 우리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좋을 것 같아 예고없이 싱글을 내고 있다. 일관성 있는 이야기로 발전이 되면 8집이 나올 것이다.”
= 아들은 음악적 재능이 있는 것 같나. 
“음악은 좋아하는데 재능은 없는 것 같다(웃음). 엄마가 미술전공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미술을 좋아하고 춤추고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노브레인 공연도 물론 보러온다. 세 살 때는 공연장이 어두워 무서워하더니 네 살 때부터는 즐기는 것 같다. 잔디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은 엄청 좋아한다.”
= 아빠의 밴드가 노브레인이라는 것은 아나.  
“안다. 하지만 뜻은 잘 모른다. 설명해줘야겠다. ‘뇌가 없다’는 뜻이라고(웃음).”
= 솔로 활동명 ‘달리’가 무슨 뜻인가.
“별 의미는 없다. 하지만 미국에 컨트리가수 레전드 달리 파튼(Dolly Parton)이라는 아줌마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무척 좋아했다. 2013년 처음으로 노브레인이 미국에서 공연을 했을 때 미국 친구들이 ‘넌 누구 좋아하냐?’고 물어서 ‘달리 파튼’이라고 했더니 엄청 놀리더라. 그쪽에서는 달리 파튼이 전통 가수인데, 동양에서 펑크하는 애가 달리 파튼을 좋아한다는 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후 ‘미스터 달리’라고 불렸다.”
= 솔로는 언제부터 할 생각이었나. 2013년 ‘Here Is The Glory’부터 염두에 뒀던 것인가.
“아니다. 그 곡은 K리그 축구 응원가로 밴드들이 모여 낸 앨범에 수록된 것이다. 노브레인으로 작업한 것은 아니지만 달리라는 이름을 내걸지도 않았다. 그냥 황현성으로 만들었다.”
#1. 황현성은 달리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솔로곡 7곡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11일에 ‘소년이 돌아왔다’, 올해 2월20일에 ‘세발달리기’, 3월16일에 ‘너와 나의 시간’(달리 버전, 박기영 버전, 영어제목 버전), 6월27일에 ‘노인,새,편지’, 그리고 10월28일에 ‘꼬마녀석아’가 나왔다. 
#2. 황현성이 노브레인에서 만든 곡은 다음과 같다. 2집(이제 나는, 사람은, 살고 싶소), 소주한잔, 3집(너의 바다, 바람, 시간속 산책, 우중별곡, 현성이 생각), 4집(1!2!3!4!, 새빨간 거짓말), 5집(Rock It Rocket, 사라져간 나의 별이여, No Idea), 5.5집(춤추는 부시맨), 7집(Brainless, Big Phony Show, 내 가죽잠바, 아직도 긴 터널)
= 노브레인의 황현성과 달리의 달리는 다른가.
“완전히 다르다. 저는 천상 록커는 아닌 것 같다. 사실 저는 쇼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무언가를 주도하는 걸 두려워하는 스타일이다. 무대 카메라도 싫어하고. 오히려 멤버들의 쇼, 관객들의 쇼를 보면서 즐기는 타입이다. 제가 노브레인에서 강력하게 연주하고 난리치고 할 수 있는 것도 이처럼 멤버와 관객의 상호작용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에 비해 달리는 제 근본에 보다 가깝다. 제 자신에 대한 조금은 왜소한 느낌, 자신감 없고 작고 그런 느낌을 감추지 않고 보여주고 싶었다.”
= 지금까지 나온 솔로곡을 함께 들어보자. 코멘터리를 부탁드린다. 
#. 소년이 돌아왔다 = 꿈에서 겪은 일이다. 한 부족이 있는데 그 부족은 왕이 될 운명의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 사진 한 장을 주고 바다에 버린다. 다시 살아오면 왕이 되는 것이다. 아이가 살아서 돌아왔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엄마 사진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모두 잠든 사이에 엄마 사진을 찾으러 망망대해를 떠난다. 왕이고 뭐고 다 필요없었던 것이다. 그 소년이 돌아오는 것을 못보고 잠에서 깨어났다. 이처럼 사람들한테도 자신의 소중한 것을 찾으러 떠나야 할 시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사운드적으로는 제가 록을 많이 했으니까 포크를 하고 싶었다. 세련된 포크보다는 좀더 토속적인 포크를 하고 싶었다.”
#. 세발달리기 = 굉장히 가벼운 노래다. 2인3각 경기, 바로 그 얘기다. 전에 아들과 놀다가 급하게 뛰어가는데, ‘아빠 같이 가’ 이러는 거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너보다 더 빠르다고 해서 먼저 가면 안되겠구나. 넘어지면 같이 넘어져야겠구나’.
= 지금 나오는 악기들은 누가 연주했나. 
“‘너와 나의 시간’ 박기영 버전에 나오는 바이올린 빼고는 제가 다 했다.”
#. 너와 나의 시간 = 박기영 누나는 원래부터 잘 안다. ‘불후의 명곡’에 자주 나가면서 더 가까워진 것 같다. 그 누나도 애엄마고, 아이들끼리도 동갑이다. 곡은 철저히 육아에 대한 이야기다. 너랑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이 쌓여가고, 나는 너와 오래 같이 있는 게 좋다, 이런 얘기다. 이 곡은 꼭 뮤직비디오를 보셨으면 좋겠다. 
= 노래가 참 좋다. 뮤직비디오도 정겹고 따뜻하다. 
“틈 날 때마다 아들이 달리는 장면을 찍는다. 3살 때부터 달리는 장면을 틈틈이 찍어 분량이 벌써 2시간이나 될 정도로 쌓였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에 무척 민감한 것 같다. ‘노인,바다,새’도 시간 이야기이고.” 
#. 노인,새,편지 =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앞에 우표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새와 장난도 많이 치던 아저씨였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안보이더라. 왠지 그 아저씨가 죽음을 미리 예감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 곡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이 곡부터 사운드에 변화를 줬다. 그 전까지는 컨트리풍의 토속적 어쿠스틱을 좋아했는데, 그 것응로는 표현이 안되는 스토리가 있더라. 그래서 음악에 맞게 악기를 배치했다. 라이브 때는 그에 맞춰 라이브셋으로 재편곡하면 된다. 
#. 꼬마녀석아 = 아이들은 다 미래에서 왔다고 하더라. 그런 아이에게 ‘그때 어떠냐, 지금보다 낫겠지’라고 묻는 노래다. 한편으로는 내 아들이 커서 마흔살이 되는 2050년이 지금보다는 더 좋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았다. 사운드적으로는 관악기를 잘게 찢어 전자악기랑 섞었다.
= 내년에도 계속 싱글이 나오나. 
“1월에 노브레인도, 달리도 싱글이 나올 것 같다. 지금 수첩을 보면 여러 이야기들, 꿨던 꿈들을 적어놓은 게 많다. 하나하나 내고, 2,3년 후 10곡 정도 쌓이면 앨범을 낼 것이다. 그냥 이야기를 완성된 형태로 정리하고픈 욕심이 있다. 아직도 할 얘기가 너무 많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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