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린다”.
삼성화재 주장 박철우(33)가 유독 미안한 사람이 하나 있다. 올 시즌 주전 세터로 떠오른 김형진(23)이다. 주전 첫 시즌을 맞아 성장통을 겪고 있는 김형진에게 일부러 더 강하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철우는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았을 때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좋지만 더 강하게 얘기했을 때 집중력이 생긴다. 화를 냈다가 달래기도 한다. 형진이에게 개인 감정은 없지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팀을 위해 박철우가 독한 마음을 먹었다. 그는 “형진이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린다. 지금도 잘해주고 있지만 더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좋은 말만큼 쓴소리도 한다. 형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팀 공격을 배분하는 세터는 어려운 자리다. 순간 상황 판단이 빨라야 한다. 때로는 생각이 너무 많아 쉽게 갈 수 있는 것도 어렵게 간다. 신인급 선수들이 범하는 실수. 박철우도 “세터가 정말 어려운 자리다. 우리 공격수들도 세터 손에서 나오는 볼을 먹고 산다. 세터가 잘해줘야만 팀원 모두가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철우가 강하게 대할수록 김형진의 의지도 커진다. 박철우는 “반대로 내가 정신을 못 차릴 때 형진이한테 뭐라 해달라고 했다. 요즘 ‘볼 잘 보고 그냥 때려’라고 뭐라 하더라”며 웃었다. 이제 데뷔 2년차, 주전 세터 중책을 맡은 김형진의 성장과 함께 삼성화재도 후반기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박철우-김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