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가 남북영화? 관전 포인트는 이선균・하정우의 '게임 액션'[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2.29 12: 55

김병우 감독의 5년 만의 차기작 ‘PMC:더 벙커’(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퍼펙트스톰필름)는 인물들의 전사(前史)나 캐릭터보다 현재 벌어지는 사건에 집중한 영화이다.
2024년이라는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남북한을 포함한 미중관계가 등장한 것이지 현재의 국방 외교 관계를 반영했다거나 은유나 상징을 사용해 정치적으로 의미를 둔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PMC(Private Military Company)의 에이헵(하정우 분)과 윤지의(이선균 분)에게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관객들이 그들의 처지에 감정이입하게 만들기 보다 현재 맞닥뜨린 ‘생명 위협'이라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 분투하는 모습에 집중했다. 드라마보다 게임 액션이라는 장르에 치중했다는 의미다. 

김병우 감독의 전작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서 '알고 보니 테러범에게 이런 사연이 있었네?’라는 결말, 캐릭터들을 설명하기 위해 마포대교 폭탄 테러를 사건으로 차용한 것과 상반되는 영화적 구조를 띈다.
‘PMC’의 주요 무대는 남북을 잇는 비무장지대 지하 30m에 설치된 벙커다. 전 세계 불법체류자 용병들로 구성된 글로벌 군사기업(PMC) 블랙 리저드 팀은 미국 CIA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벙커로 숨어든 북한 간부 및 ‘킹’을 처리하라는 임무를 맡으며 본격적인 액션을 시작한다. 블랙 리저드는 정의감이나 애국심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 아닌 오로지 돈의 크기에 집착한다.
하지만 CIA가 당초 제안했던 내용과 다른 사건들이 벌어지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에 북한의 킹이 나타나면서 예측불가로 빠져 든다. 블랙 리저드 리더 에이헵은 자신이 미국 대통령의 대선을 위한 정부의 음모에 이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금세 계획을 바꾼다. 에이헵은 북한 군의관 윤지의, 킹과 무사히 살아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PMC’는 벙커에서 펼쳐지는 리얼타임 생존액션을 표방한다. 앞서 언급했듯 에이헵이 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미국에서 사설 군대업체를 운영하는지, 에이헵의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MC를 구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사건과 등장인물의 성격, 테마 가운데 무엇을 우위에 두느냐에 따라 플롯을 구분하고자 하지만 'PMC'에서 발생한 사건은 인물 성격의 결과이고, 성격이 사건의 결과를 이룬다. 등장인물이 사고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 역시 하나의 사건이다.
‘PMC’만의 영화적 재미는 관객들이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전지적 게임 시점’을 취한다는 것이다. 전술 게임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1인칭 시점, 드론 등의 촬영기법을 이용했다. 블랙 리저드 팀을 연기한 외국 배우들과 이선균은 헬멧에 POV캠을 장착해 스크린에 중계되는 대원들의 시점을 보여준다. 1인칭 시점 촬영을 활용해 보는 이가 인물들의 감정과 액션을 체험하게 해준다.
그러나 에이헵과 윤지의가 느낀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함께 경험하게 된다. 타 영화에 비해 월등히 높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29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PMC:더 벙커’는 전날(28일) 15만 4172명을 동원해 일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달 26일 개봉해 첫날 21만 9234명, 이튿날(27일) 13만 650명을 동원하며 3일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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