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뎁스' 약한 한화, 내부 FA 필요하지만…제시안 요지부동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12.30 06: 02

한화의 내부 FA 계약이 결국 해를 넘긴다. 
한화는 내부 FA 내야수 송광민(35) 외야수 이용규(33) 최진행(33)과 지난 27~28일 만났다. 이번에는 세 선수 모두 에이전트 없이 구단과 직접 얼굴을 마주했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선수들은 조금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예상대로 연내 계약은 없었다. 
한화는 지난겨울부터 FA 협상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과거 실적보다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30대 중반이 된 베테랑 선수들에겐 3년 장기 계약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팀 상황을 설명했다. 한화는 지난 2014~2016년 거액을 투자해 외부 FA 7명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주전과 백업 사이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졌다. 기량 차이도 있고, 나이 차이도 있어 중간 세대가 거의 끊겼다. 이 간극을 좁혀야 팀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올해 젊은 투수들은 어느 정도 키워냈지만 야수 쪽은 아직 리빌딩이 미진하다. 
중견수 이용규, 3루수 송광민은 여전히 필요 전력임을 구단도 인식하고 있다. 당장 이들을 밀어낼 만한 내부 선수가 확실하지 않다. 제라드 호잉이 중견수를 맡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외야 좌우 코너 수비가 약해진다. 3루에는 김회성과 오선진이 있지만 크고 작은 부상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낸 경험이 절대 부족하다. 입지가 애매한 최진행도 팀에 부족한 장타력을 갖춘 거포다. 
2019년 대형 신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아직 데뷔도 안 한 선수들에게 너무 큰 짐을 맡길 수 없다. 여전히 한화의 선수층, ‘뎁스’는 취약하다. 주전급 뎁스 강화를 위해선 기둥 선수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내부 FA 선수들이 빠지면 당장 신인급 선수들이 주전으로 나서야 하는데 상당한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버텨줄 베테랑의 힘이 필요하다. 
한화 구단도 FA 선수들에게 이 같은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했지만 계약 조건은 최초 제시에서 바뀌지 않고 있다. 세대교체, 리빌딩을 하는 상황에서 베테랑 선수들에게 거액을 쓰기 어렵다는 입장은 변함없다. 프런트와 현장 모두 베테랑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기회의 공간을 열어주기로 한 만큼 베테랑 선수들의 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구단은 보장 금액을 낮추는 대신 옵션 비중을 높인 계약안을 제시했다. 다만 옵션 달성 기준치가 높아 선수들이 부담을 느낀다.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어야 가능한 조건들이다. 젊은 선수들을 키우려 하는 한화에서 이만한 기회를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실력보다 기회 제공 문제에서 선수들은 옵션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구단은 FA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더 높은 실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래야 베테랑 선수들도 더욱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생각보다 낮은 계약 대우뿐만 아니라 팀 기조에 따라 기회 제공에 확신이 없는 선수들은 사인을 주저하고 있다. 구단 제시안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화의 내부 FA 계약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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