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상대의 심리까지 파악한 완벽한 용병술의 승리였다. 2019 LCK 스프링 판도를 점칠 수 있었던 KeSPA컵 4강전서 그리핀이 담원을 3-0으로 압도했다. 경기의 내적 내용 뿐만 아니라 심리전까지 압도적인 그리핀의 승리였다.
김대호 감독이 이끄는 그리핀은 지난 29일 서울 서울 대치동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8 LOL KeSPA컵' 2라운드 담원과 4강전서 3-0으로 승리했다. '타잔' 이승용의 활약 속에서 라이벌로 주가를 높이고 있던 담원에게 그리핀이라는 벽을 느끼게 한 의미있는 완승이었다.
그리핀의 완승에는 김대호 감독의 빛나는 용병술이 있었다. 경기 전 SK텔레콤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으로 기세를 탄 담원 김목경 감독의 자신감을 무산시킨 일방적인 승리였다.

1세트 밴픽부터 김대호 감독의 심리전이 발동됐다. 그 첫번째 변수를 만들어낸 카드가 바로 세주아니였다. 미드-정글 카드 중 최고의 고승률을 자랑하는 갈리오-카밀을 넘겨주면서 마지막 5픽에서 세주아니를 선택하면서 담원을 흔들었다.
예기치 못한 카드 뿐만 아니라 '타잔' 이승용의 준비도 완벽했다. 이승용의 움직임에 담원 선수들이 말리면서 김대호 감독의 용병술이 더 돋보이기 시작했다.
2세트 역시 다르지 않았다. 갈리오-카직스를 주면서 다시 세주아니를 가져왔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이승용의 세주아니는 오히려 공격형 정글러로 높게 평가받는 카밀 카직스를 압도하면서 협곡을 지배했다. 세주아니의 묵직하고 강력한 군중 제어기에 담원의 선수들은 한 타 마다 여지없이 패퇴를 거듭하면서 벼랑 끝으로 몰렸다.
3세트가 정점이었다. 코너로 몰린 담원 코칭스태프는 세주아니를 금지하면서 오히려 그리핀의 밴픽 전략에 여유를 만들어줬다. 김대호 감독은 갈리오 선픽에 카밀을 마지막 카드로 선택하면서 갈리오-카밀을 피한 담원의 선택을 역으로 카운터쳤다. 심리적인 요소까지 무너진 담원 선수들은 리신이라는 히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0-3 완패를 면하지 못했다.
'타잔' 이승용을 포함한 선수들의 수행력도 높았지만 밴픽 단계부터 상대의 허점을 파고든 김대호 감독의 이상적인 용병술이었다. 마지막 3세트에서 갈리오-카밀을 가져오는 순간은 용병술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경기 후 만난 김대호 감독은 "승리는 언제나 기쁘다. 사실 빅데이타를 근거로 김정수 감독님의 밴픽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을 어느 정도 역이용해봤다. 갈리오-카밀은 분명 좋은 카드이지만 세주아니라는 함정 카드로 카운터를 쳤다. 마지막 3세트에서는 우리가 갈리오-카밀을 가져오면서 상대방을 더 심리적으로 흔들었다"라고 설명하면서 "우리 5명의 선수들이 전부 이상적으로 잘해줬다. 우리 선수들이 잘해줘서 이런 결과가 따라온 것 같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김 감독은 "결승에서 만나는 젠지 또한 단단하고 강한 팀이다. 쉽지 않는 승부가 될 것 같지만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력으로 팬 여러분들을 찾아 뵈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