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드라마 'SKY캐슬'의 일부 전개를 지적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과 폭력을 흥미 위주로 각색하거나 희화화해 시청자로 하여금 의료기관 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동조하도록 유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A병원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B교수가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드라마 'SKY 캐슬'에서 방송된 일부 장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대한의사협회 역시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선 것.

대한의사협회 측은 "'SKY 캐슬'은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칼을 들고 의사의 뒤를 쫓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방송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며 "피의자가 이 방송을 보고 모방한 것이 아니더라도 방송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진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진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써서 항의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송 행태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방송된 'SKY 캐슬'에서는 강준상(정준호 분)이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에게 가스총을 겨누는 장면이 방송됐다. 강준상에게 수술을 받았던 환자는 한쪽 다리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고, 이를 항의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강준상은 해당 환자를 피하기만 했고, 격분한 환자는 흉기로 그를 위협했다. 이에 강준상은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가스총을 환자에게 발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를 제기한 장면 역시 바로 이 장면이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이번 사건은 예고된 비극이다. 의료인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폭행은 수시로 이루어져 왔으며, 살인사건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진에 대한 폭력사건에 대하여 그 심각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해결 방안 모색을 요구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예기치 못한 불행으로 유명을 달리 한 회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심심한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청자들은 대한의사협회의 지적에 "인기 드라마인 만큼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자극적인 장면은 지양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면 또 다른 시청자들은 'SKY 캐슬' 방송 내용이 모방범죄를 걱정할 만큼 자극적이지 않았고, 드라마 상황인 만큼 극화된 상황이 과장되게 그려진 것뿐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의사 피살 사건이 'SKY 캐슬'을 보고 일어난 모방범죄라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단정이라고 반박했다.
'SKY 캐슬'과 연말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의 연결고리를 둘러싸고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드라마 'SKY 캐슬'은 극 중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엉뚱한 불똥을 맞게 됐다. 일부 시청자들은 'SKY 캐슬'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전개로 범죄에 영향을 미쳤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한 상황. 방심위 측은 "여러 건의 민원이 접수돼 현재 해당 팀에서 관련 방송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드라마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심의에 회부될 수도 있다.
과연 'SKY 캐슬'이 드라마의 인기 속에 엉뚱하게 불똥이 튄 악재를 어떻게 수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mari@osen.co.kr
[사진] 'SKY 캐슬' 방송 캡처,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