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TV는 사랑을 싣고’에 기해년 첫 게스트로 국민엄마인 배우 전원주가 출연한다.
올해 81세가 된 전원주는 1963년 동아방송 성우로 시작해 1972년 브라운관으로 데뷔, 48년 동안 독특한 웃음으로 사랑받고 있는 국민배우다.
하지만 ‘웃음’ 하면 떠오르는 배우 전원주에게도 우울했던 지난날이 있었다. 28세에 결혼 후, 남편이 3년 만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두 번째 남편과의 결혼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더군다나 30년간의 긴 무명생활과 어머니의 중풍증세 악화로 마음을 의지할 곳 없이 힘든 인생 최대의 암흑기를 보냈다고.

전원주는 성우로 데뷔, 여주인공역만 도맡아 했다. 하지만 배우로 전향 후 안 모셔본 사모님이 없을 정도로 가정부 역만 맡으면서 30여 년의 긴 무명생활을 보냈다. 힘겨운 무명시절, 전원주는 “그 시절 전원주라는 이름조차 없었다!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했다”며 암담했던 지난날을 얘기했다. 이런 힘든 시간을 이겨냈던 원동력은 엄격하고 강인했던 어머니의 가르침 때문이다.
전원주의 어머니는 억척스럽기로 소문난 개성사람으로 1·4 후퇴 때 북에서 내려와 맨주먹으로 포목점을 열었다. 어머니의 뛰어난 장사수완으로 집안을 일으킬 기반을 닦았다. 당시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던 시절, 6남매 모두 대학 진학을 시키실 정도로 교육에 대한 관심도 강했다.
특히 큰 딸이었던 전원주는 어머니의 기대 속에서 대학을 나와 최고의 신붓감이라는 교사도 마다한 채 연예계 무명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재혼 생활과 항상 강했던 어머니가 중풍으로 약해지자 “부모는 자식이 효도할 때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라며 항상 자신을 뒷받침해 주던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전원주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어머니의 병세 악화로 하늘이 무너질 거 같을 때 만난 사람들이 바로 ‘정재환&정연임 부부’였다.
전원주는 어머니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혼을 했지만, 행복할 거라 생각했던 재혼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남자답고 야성적인 남편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남편은 무명이던 전원주를 무시하고 구박했다고.
누구에게 말 못 하고 속앓이할 때, 유일한 낙이었던 건 등산. 그때 우연히 접한 배드민턴 동호회는 전원주에게 큰 탈출구와도 같았다. 그 중에서도 전원주에게 가장 힘이 되어 주었던 것은 ‘정재환&정연임’ 부부였다. 다사다난했던 전원주의 인생에 늘 힘이 돼주던 어머니와 ‘정재환&정연임 부부’가 살았던 서울 돈암동. 그곳에 27년 만에 방문한 전원주는 친정집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전원주는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상처받고, 답답한 무명생활 때문에 우울할 때 배드민턴 동호회를 찾으면 항상 정재환&정연임 부부가 있었다. 그런 전원주를 보고 “부부 중 부인은 ‘형님 저랑 배드민턴 한 번 쳐요~ 여자들이 다 참아야죠’”하며 재혼 시절 힘든 전원주의 마음을 헤아려 줬다.
그렇게 몇 시간 땀을 뻘뻘 흘리며 배드민턴을 치면 속이 후련해졌다는. 전원주는 가장 우울했던 재혼 시절 누구에게 말할 수 없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게 다가와 준 부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께 즐거웠던 시간도 잠시. 부부 중 남편 ‘정재환’이 중풍으로 쓰러지며 동호회에 나오지 못하게 됐고, 더불어 전원주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연락이 끊긴 채 2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재혼한 남편도 6년 전에 떠나보낸 지금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고. 전원주는 2019년 새해를 맞아 고마웠던 그 부부를 더 늦기 전에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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