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2017년부터 구단에 비활동기간을 엄격하게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선수들이 연봉을 받지 않는 12월과 1월에는 구단의 단체훈련을 금지하는 것이 요점이다. 그로 인해 2017년부터 구단들은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지로 출발했다. 과거에는 늦어도 1월 중순에는 출발했다.
올해로 3년째 선수협의 엄격한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는 선수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선수들은 겨울철 해외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1월 중순에는 자비로 캠프지로 먼저 출국해 자율 훈련을 한다.
이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액 FA나 주전급 선수들 이야기, 저년차나 2군 선수들은 선수협의 엄격한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 결정으로 인해 효과적인 개인 훈련을 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

편법도 나오고 있다. 스프링캠프는 2월 1일 시작되지만, 구단별로 1월 중순이면 ‘자율 캠프’라는 이름으로 선수들이 먼저 출발한다. LG는 오는 20일 선발대로 20명 가까운 선수들이 호주 캠프로 출발한다. SK(미국 플로리다), KIA(일본 오키나와), 삼성(오키나와)의 일부 선수들도 1월 20일쯤 캠프지로 먼저 들어가 훈련한다.
숙소와 식사 등은 선수들이 스스로 부담하고, 구단이 빌려 놓은 캠프 훈련장에서 자율 훈련을 하는 것이다. 훈련장 사용료는 구단이 부담하는 셈이다. 엄격하게 적용하면 선수협의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에 위배된다. 지난해도 LG, KT 등 일부 구단 선수들은 선발대 성격으로 캠프로 먼저 들어가 훈련을 했다.
2월부터 캠프를 시작하면 곧바로 기술 훈련에 들어가야 한다. 2월 중순부터 연습경기를 시작하고, 3월초에는 시범경기에서 최종 주전 경쟁을 치른다. 감독들은 “선수들이 제대로 체력을 만들어 오지 못하는 면도 있다. 캠프 일정이 짧다”고 말한다. 선수 입장에서도 유망주나 젊은 선수들은 자신을 어필할 시간이 부족하다. 류중일 LG 감독은 “비활동기간이라고 하는데, 보름 정도만 먼저 단체훈련을 해도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선수협이 1월 15일 쯤에는 캠프를 출발하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말했다.
올해는 역대 가장 빠른 개막전(3월 23일)이다. 10개 구단이 144경기씩 치르고, 거의 매년 열리는 국제대회로 인해 이제 개막은 3월 하순으로 정례화되고 있다. 비활동기간(12~1월) 알찬 훈련이 더욱 중요해졌다.

선수협은 처음에는 아예 12월에는 선수들의 구장 출입을 제한한다고 결의까지 했다. 그러나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이 훈련할 마땅할 장소를 찾지 못하자, 선수협은 일년 만에 12월에도 선수들이 구단의 트레이닝 시설이나 구장을 이용해 개인 훈련을 하는 것은 가능하도록 바꿨다.
개막이 앞당겨지고, 스프링캠프 일정에 대한 현장 의견과 선수들의 자비 부담 훈련을 고려하면 비활동기간에 변화를 줄 필요성도 있다. 김성근 전 감독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프로야구가 3월 23일에 개막한다. 선수 부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올해만큼은 비활동기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구단에 먼저 제의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선수협은 2년 가까이 회장이 공석인 상태다. 지난 12월초 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자, 1월초 10개 구단 주장과 대의원 등이 모인 워크숍에서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회장을 뽑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모임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선수협이 선장 없이 표류하면서 실질적으로 선수들에게 필요한 이권과 현안에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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