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 역시 유해진[Oh!쎈 레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1.12 09: 27

 배우 유해진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맡은 역할마다 어쩌면 그렇게 찰떡같이 녹아 드는지 이제는 신기하다기 보다 당연한 배우로 자리잡았다. 진부하고 익숙하다고 느낀 캐릭터도 자신만의 연기톤과 매력을 살려 새롭게 창조해내는 능력이 있다. 한마디로 연기 ‘베테랑’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대사 한마디로도 수많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는 배우 유해진. 두 아이의 아버지에, 까막눈 판수로 분한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더 램프)에서 지난해 대박을 터뜨린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 이상의 말맛을 느낄 수 있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글을 모르는 판수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분)이 만나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평번한 사람들과 뜻을 모으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매 작품마다 인간적인 매력을 담는 유해진이 ‘말모이’에서는 극장 문지기로 일하며 감옥소에 밥 먹듯 드나드는 판수로 분했다.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파파’ 판수는 엄마없이 자라는 아들 덕진(조현도 분)과 딸 김순희(박예나 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강한 인물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도둑질까지 감행하는 불량스러운 면모도 있긴 하나,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한 그만의 노력들이 마음을 짠하고 흐뭇하게 만든다. 
극장기도로 살던 판수는 우연치 않게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을 만나면서 각성하고,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말모이’는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우리말 한글사전을 만드는 힘겨운 서사를 중심축으로 하면서도 일자 무식이었던 한량 판수가 글을 깨우치고 아버지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그려내 감동을 안긴다.
‘말모이’는 탄압과 항일운동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넘어 시대의 한가운데서 울고 웃으며 열심히 살아온 우리네 이웃을 담았다. 그 중심 한 가운데 평범한 인물 판수가 서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자(父子)-부녀(父女) 관계를 리얼하게 그려 진한 여운을 남겼다.
사람을 울리는 것보다 어려운 게 웃기는 작업인데, 그것 역시 손쉽게 해내는 유해진표 코믹 연기 덕분에 판수라는 캐릭터의 진정성이 돋보인다. 촬영 전 치열하게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연구한 유해진의 노력이 이번에도 통한 셈이다./purplish@osen.co.kr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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