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정 작가가 '인현왕후의 남자'로 시작해 '알함브라'까지 이어진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해 시선을 모았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는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 이하 알함브라) 송재정 작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알함브라'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AR(증강현실) 게임을 드라마에 도입시켰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류스타' 현빈과 박신혜가 출연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인현왕후의 남자'를 시작으로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 '삼총사', 'W' 등에서 남다른 상상력을 자랑해온 송재정 작가가 집필을 맡아 기대를 높였던 바.


이러한 관심 속에 지난해 12월 1일 첫 방송된 '알함브라'는 예상 이상으로 잘 구현한 AR과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그리고 드라마의 몰입을 높이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률 또한 지난 14회가 평균 10%(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등 계속 상승 중인 상황.
더불어 많은 이들은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송재정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다소 난해한 부분이 많긴 하지만 그래서 더 빠져드는 재미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송재정 작가는 "사실 전 제 세계관을 몰랐다. 나중에 기사를 보고 알았다. 전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썼고 기사를 보고 오히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알게 됐다"고 의외의 답을 내놔 시선을 모았다.
특히 그는 "제가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조금 다른가 보다. 그래서 신기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면서 "시트콤을 오래 해서 정통 드라마랑 떨어진 시간이 오래됐다. 또 제가 드라마보단 책이나 영화를 많이 읽는다. 책을 특히 좋아하는데 오히려 스토리텔링은 안 본다. 자서전, 잡지, 평전, 포털 포스트 등을 좋아한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책을 보면 작업적 스트레스가 본능적으로 나와서 안 보게 되더라. 그것보다 전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 제가 독창적이라고 말씀해주신다면 그건 다른 인물들, 그중에서도 외국에 있는 분들의 인생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그런 것 같다"라고 매번 독창적인 작품을 내놓는 이유를 스스로 분석해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송재정 작가의 작품 소재가 워낙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힘든 점이 많았던 것도 사실. 그는 "지금은 제가 하자고 하면 그래도 받아들여주셔서 좀 편해졌는데 예전에는 정말 어려웠다. 신인 때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구박을 받았다. '인현왕후의 남자'가 판타지의 구조를 무시했고 애초에 잘못됐다는 말도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린 뒤, "그래도 지금은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시니 오히려 부담감을 느낄 정도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알함브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안길호 감독에 대해서도 "AR과 관련해 저랑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제작진을 만나는 게 힘들었는데 안길호 감독님이 저랑 똑같은 그림을 그리시더라. 그래서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1회 시사를 본 뒤 감탄했다. 제가 쓴 대본보다 훨씬 퀄리티가 좋은 그림을 만들어주셔서 제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라고 극찬을 하기도.
이 외에도 송재정 작가는 '알함브라'에 AR 소재를 대입하게 된 이유에 대해 "원래 'W'가 끝난 후에 구상하고자 했던 작품이 있었는데 타임슬립이었다. '인현왕후의 남자'와 '나인'을 잇는 3부작으로, 미래에서 온 남자 유진우 캐릭터를 만들어 놨다. 그런데 로코가 안 생기더라. 소재에서 뭐가 없을까 방황하던 중에 AR 열풍이 일었고 원래 게임을 좋아하던 사람이라 '포켓몬 고'를 해봤다. 그걸 하면서 '엄청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 아이템만 CG로 할 수 있다면 드라마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타임슬립 설정의 유진우를 증강현실로 가져왔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하거나, 드라마를 둘러싼 다양한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답하며 확고한 세계관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그는 "'알함브라'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제 작품이 어렵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전 오히려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오딧세이처럼 다 가진 왕이지만 반격도 신화적 일도 겪는다. 마법적 일과 현실적 일이 이어지는 영웅적 이야기다. 제 작품이 남자 주인공은 영웅과 비슷하다. 배트맨과 아이언맨도 바닥에 떨어진 뒤 영웅이 되지 않나. 유진우(현빈 분)도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진우의 플로로그 같은 이야기인 거다. 영웅이 아닌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거치면서 현실과 게임에서 사랑을 찾아내면서 진짜 영웅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라며 '알함브라'를 '히어로물'이라고 설명했고, "항상 부족한 모습을 채워서 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하는데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도 계속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에 독특한 세계관으로 '믿고 보는' 수식어를 거머쥔 송재정 작가가 앞으로 또 어떤 상상력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지 많은 기대가 모아진다.
한편 '알함브라'는 오는 20일 밤 9시 마지막회가 방송된다. / nahe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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