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은 웃기다. 아무 생각 없이 극장에 들어선다면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영화다. 불편한 개그 없이 입과 몸으로 쉴 새 없이 관객을 웃긴다. 그리고 그 웃음의 중심에는 배우들의 호흡이 있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극한직업’은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코미디 영화다. 해체 위기에 처한 사고뭉치 마약반 5인방 고반장(류승룡 분), 장형사(이하늬 분), 마형사(진선규 분) 영호(이동휘 분) 재훈(공명 분)은 마약 조직 일망타진을 위해서 그들의 아지트 근처에 치킨집을 인수하고 운영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마약 조직을 잡을 수 있을까.
‘극한직업’은 어딘가 모자란 다섯 명의 호흡이 최고의 장점인 영화다. 고반장, 장형사, 마형사, 영호, 재훈까지 확실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관객은 영화를 본지 10분 이내에 전형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마약반 5인방에 빠져들게 된다. 배우들에게 몰입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극한의 웃음을 즐길 수 있다.

형사들이 마약 수사를 하다말고 맛집이 된 치킨집 운영에 올인한다는 억지스러운 설정 역시도 자연스럽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우연히 성공의 맛을 본 뿐인 마약반을 지켜보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짠한 감정과 함께 공감을 하게 된다.

류승룡은 코미디의 구심점이자 공감의 포인트로서 제 몫을 해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기는 장면에는 항상 그가 있다. 예고편은 몰래 영화 내내 류승룡표 엇박자 코미디와 현실적인 연기는 웃음 포인트다. 류승룡은 ‘극한직업’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싶은 장면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내공을 모두 보여준다. 특히 자신의 아내로 등장하는 김지영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장면은 단연코 최고의 코미디 장면이다.
진선규 역시도 놀랍다. ‘범죄도시’의 세상 두려울 것 없는 범죄자는 눈치도 없고, 생각도 없는 마형사이자 마약반의 캐릭터로 확실하게 변신한다. 이 영화가 긑이나면’범죄도시’ 속 위성락은 없고, 마형사만 남는다. 무엇보다 마형사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관객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진선규의 매력은 배우로서 큰 재능이다.
진선규의 캐릭터를 살려주는 것은 이하늬다. 폭력적이고 욕을 잘하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하늬가 하기에 장형사는 신선하다. 이하늬가 있기에 고반장과 마형사의 허당스러운 면이 더욱 빛이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확실한 한방을 보여주면서 이하늬가 아닌 장형사를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가장 웃길 줄 알았던 이동휘는 묵직하다. 보기만 해도 웃긴 배우가 아닌 진지하게 몰입하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안정감이 있다. ‘응팔’ 이후 수많은 영화 현장에서 지내면서 차곡차곡 쌓아올려온 연기 내공이 느껴진다. 어떤 캐릭터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공명은 '극한직업'에서 베테랑 배우들이 깔아놓은 판에서 마음껏 연기한다. 순수하고 맑고 체격이 훌륭한 그는 맡겨진 몫을 제대로 해냈다.
‘극한직업’ 속 배우들을 엮어 낸 것은 이병헌 감독이다. 류승룡은 개봉 전 ‘극한직업’ 인터뷰에서 “‘ 내 아내의 모든 것’은 현장에서 만든 것이 많았다면 이 영화는 90% 가량 감독님의 대본과 디렉션을 따랐다”고 밝혔다. 배우들의 활약과 이병헌의 연출이 만나서 흥미진진한 코미디 영화를 탄생 시켰다. ‘극한직업’은 웃음에 집중하지만 예리하지 않은 아니라 소상공인의 아픔과 조직에서 외면 받는 조직원의 설움 등을 외면하지 않는다. 웃으며 넘기려고 하는 태도가 진한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코미디로서는 합격점이지만 수사물로서는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마약반 형사들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외부적인 상황에 휩쓸려간다. 코미디가 워낙 밀도있기에 상대적으로 수사 부분이 가벼워 보이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이병헌 감독과 마약반 5인방의 만남은 성공적이다. 시사회 직후부터 속편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치킨집을 배경으로 마음껏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흐뭇해진다. 액션과 코미디가 조화를 이룬 ‘극한직업’은 오는 23일 개봉할 예정이다./pps2014@osen.co.kr
[사진] ‘극한직업’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