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초기부터 강조된 벤투호의 지배하는 축구가 살아나야 한다.
한국은 1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 중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2연승을 달리며 나란히 조 16강행을 확정했다. 하지만 양 팀은 상반된 분위기다. 중국은 예상보다 쉽게 16강을 확정 지은 것을 기뻐하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은 필리핀-키르기스스탄전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순위는 골 득실에서 앞선 중국(+4)이 조 1위, 한국(+2)이 2위다.

앞선 1,2차전서 한국은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벤투 감독 역시 전반적인 경기력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벤투호가 강조한 점유는 이뤄졌지만, 후방 빌드업을 통한 공격 전개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1차전 필리핀전과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 모두 한국은 높은 점유율을 자랑했지만 의미 있는 공격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특히 기성용이 결정한 2차전은 잦은 패스 미스로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벤투 감독의 부임 초기부터 자신의 축구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줄곧 ‘볼 점유’와 ‘후방 빌드업’이라는 키워드를 대표팀에 입히려고 힘썼다. 하지만 앞선 평가전에서 보여주던 후방 빌드업이 사라지자 볼 점유의 의미도 퇴색했다.
필리핀-키르기스스탄전에서 보여준 결정력 부재도 후방 빌드업의 부재와 연관지을 수 있다. 제대로 된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무리한 공격 시도와 패스 미스로 이어졌다. 후방 빌드업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벤투 감독의 ‘지배하는 축구’는 무의미하다.
3차전 상대인 중국은 분명히 필리핀-키르기스스탄보다 상대적인 강팀이다. 더욱 강한 압박으로 한국을 괴롭힐 능력이 있다. 하지만 중국 상대로도 벤투호의 축구 철학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사실상 우승은 힘들다. 이제 우승 후보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

1, 2차전 부진에도 벤투 감독과 선수들은 자신들의 축구 스타일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벤투 감독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지만,무리하지 않고 평소 축구 스타일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기자 회견에 나선 정우영도 "선수들 모두 벤투 감독의 축구 스타일을 믿고 있다"고 무한 신뢰를 보냈다.
벤투호는 칠레(0-0 무)-우루과이(2-1 승) 등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도 지배하는 축구 철학을 고수하며 선전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꾸준한 볼 점유와 후방 빌드업으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결국 경기력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벤투호만의 축구 스타일이 살아나야만 한다.
강력한 우승 후보가 조별리그에서 부진 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실제로 이번 아시안컵에서 호주와 일본 역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자국 축구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서는 조별리그에서 발각된 문제점을 재빠르게 개선해서 정상 궤도에 올라서야만 한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벤투호가 보여준 문제점은 뚜렷했다. 잦은 패스 미스와 상대 압박에 시달리며 후방 빌드업이 사라진 것이 겨 팀 전체에 큰 악영향을 끼쳤다. 중국을 상대로 벤투호가 ‘볼 점유’와 ‘후방 빌드업’을 통한 특유의 축구 스타일을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사진]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