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가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직면하는 분위기이다. 스포츠팬들의 관심이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축구스타 손흥민(토트넘)이 뛰고 있는 영국축구리그(EPL) 등 유럽축구에 집중되고, 한국야구 최고의 좌완 투수인 류현진(LA 다저스) 등이 활약하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한국프로야구 인기를 뛰어넘을 태세이다. 여기에 프로야구단은 매년 수 백억 원의 적자가 쌓여가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하고 있다. 또 모기업들이 대부분 지주회사 체제로 변하면서 야구단 운영자금 조달이 이전보다 훨씬 힘들다고 한다. 국내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안팎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한국프로야구이다. 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무엇인지 긴급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제밥그릇부터 챙겨야 한다
컨텐츠 생산자인 야구단들이 그 가치와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5G 시대 도래 등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마케팅 시장환경이 달라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독보적 지위를 가진 컨텐츠 생산자는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여러가지 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지만 한국프로야구는 한국저작권 시장에서 야구단들이 생산해내는 ‘프로야구 경기’를 훌륭한 컨텐츠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야구단들은 지난 세월 프로야구라는 컨텐츠의 가치와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한 때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방송사들에게 끌려다니며 헐 값으로 경기 중계권을 넘기기도 했고 또 근년에는 수익적인 측면에서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만족할만한 수입은 얻지 못했다. 중간판매상보다도 구단들이 손에 쥐는 수입액이 적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한마디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속담처럼 야구단들은 컨텐츠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제대로 평가하지를 못했다. 중계권 판매가 돈이 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매번 판매대행사 선정 입찰 때는 불꽃튀는 경쟁이 치열했다. 벌써부터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되는 방송중계권은 물론 새로 판매해야 하는 뉴미디어 저작권 판매대행에도 여러 업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돈이 안되면 누가 뛰어들겠는가.
이처럼 프로야구 컨텐츠 판매는 돈이 되는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내밥그릇은 내가 챙긴다’는 말처럼 프로야구 컨텐츠가 제대로 평가받고 더불어 구단 수입도 올리는 일에 야구단들 스스로 나서야 한다. 통합마케팅 대행기구인 KBOP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 KBOP가 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하든가, 아니면 구단들이 직접 판매 계약에 뛰어드는 방안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단계이다. 더 이상 판매대행사들의 배를 불리는 환경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각 구단들은 최근 년도에는 중계권 등 저작권 판매수입으로 연간 50억 원 정도를 KBOP로부터 받았다. 이 수입액이 훨씬 늘어나도록 각구단이 직접 뛰어야 한다.
◆돈이 되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통합마케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직까지도 한국프로야구단들은 구단 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채 티켓, 용품 등의 판매에 있어 통합마케팅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무국 홈페이지인 mlb.com을 통해 통합마케팅을 펼치며 활발하게 수익 증대를 꾀하고 있다. 각구단만의 브랜드를 살리는 용품 판매는 물론 전체를 묶어 하나의 브랜드로 엮어내며 인기 상품화하는 등 통합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도 통합마케팅에 반대하던 일부 구단들도 찬성 쪽으로 점차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티켓 판매시스템 구축비용 투자 내지는 팬데이터 확보 등을 이유로 통합마케팅에 부정적이던 구단들도 서서히 시대 흐름에 동참할 분위기이다.
이 참에 구단들은 과감하게 KBOP에 판매대행을 맡기는 등 통합마케팅 방안을 강구해 적극 동참해야 한다.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수입을 배가시켜야 하는 것이다.
◆구태를 벗고 새출발해야 한다
프로야구단 직원들의 야구단을 대하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자생을 모색하는 일부 구단들을 제외한 대부분 구단들의 고위 관계자와 직원들은 야구단을 단지 모기업의 홍보도구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시즌 성적에 모든 것이 달린 것처럼 목을 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경영진과 감독 등의 운명이 걸린 시즌 성적을 잘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프로야구단은 그들이 떠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잘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그룹 계열사 등 모기업의 도움을 최소한으로 받으면서 스스로 경영을 잘해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서는 야구단 프런트들도 자생력을 위한 수입 증대 방안 연구에 적극 나서고 실천에 옮기고 있어 고무적이다. 2002년 출범 후 17년간 바뀌지 않으며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KBOP 이사진 개편에 구단들이 적극 나선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이사진에 단장들 대신 마케팅 실무진이 들어가 직접 KBOP 운영을 살피고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긍정적 변화이다.
이제부터 프런트는 ‘사장, 단장은 떠나도 우리는 남는다’는 무사안일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야구단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기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OSEN=박선양 기자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