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반드시 우승하길 바랍네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시내의 그랜드 밀레니엄 알 와다 호텔 1층에는 북한식당 옥류관이 있다. 북한과 수교 대상인 UAE에는 아부다비에 1개, 두바이에 2개의 옥류관이 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가 끝난 지난 18일 옥류관을 방문했다. 음식점 내부에는 한국인 부부와 외국인, 히잡을 쓴 아랍 여성들, 한국인 커플만이 자리했다. 빈자리가 눈에 보일 정도로 한산했다.

옥류관의 가격은 상당히 비쌌다. 대표 음식인 평양랭면 소(200g)이 60디르함(약 1만 8000 원), 대(300g)가 70디르함(약 2만 1000원) 이었다. 물을 주문하자 1L 생수 페트를 가져다줬다. 물론 공짜가 아닌 22디르함(약 6800 원) 이었다.
랭면이 나오자 북한 여직원이 다가와서 ‘평양식’으로 식초를 뿌리고 겨자와 양념장을 넣어 비벼줬다. 여직원은 랭면을 비비며 무슨 일 때문에 아부다비에 왔는지 물었다. 축구 때문에 왔다고 하자 ‘아시안컵 말입네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조별리그에서 남북한의 운명은 완벽하게 엇갈렸다. 한국은 C조에서 무실점 3전 전승을 달리며 기분 좋게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반면 북한은 3전 전패로 E조 4위에 머물렀다. 14골을 먹는 동안 단 1골만 넣으며 대회 전체 최하위로 망신을 당했다.
여직원에게 북한 선수단이 옥류관에 왔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아부다비가 아닌 두바이에 있는 옥류관을 방문한 것으로 압네다”고 답하며 “그저 우리 응원이 부족해서 떨어졌나 봅네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북한의 탈락을 되새기던 옥류관 여직원은 기자에게 "일본하고 중국은 누구랑 붙습네까"라고 물으며 아시안컵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 중국은 태국이랑 붙는다며 누가 이기기를 원하냐고 묻자 미소만 보였다.
조기에 탈락한 북한과 달리 한국은 아시안컵 16강서 바레인과 맞붙는다. 옥류관 여직원은 기자에게 한국의 16강 상대를 듣더니 ‘남쪽이 쉽게 이기겠지 말입네다”며 “이렇게 된 김에 우리도 끝까지 남쪽 응원할 테니 잘하시라우. 반드시 우승하길 바랍네다”고 기원했다.
아부다비 옥류관은 현지 이슬람 율법을 지키기 위해 원조 평양랭면과 달리 꿩고기 대신 닭고기로 육수를 냈다. 말 그대로 '꿩 대신 닭'이다. 옥류관 여직원도 북한이 떨어진 이상 끝까지 한국의 우승을 기원하기로 약속했다. 꿩 대신 닭처럼 북 대신 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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