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스프링캠프가 시작됐다. 여러 팀들이 ‘선발대’라는 이름의 조기 출국조가 캠프지로 먼저 떠났다. 1월 비활동기간 단체 훈련을 금지한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원칙도 무너지고 있다.
선수협은 지난 2015년부터 비활동기간 단체 훈련 금지를 결의했다.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12월부터 1월까지 선수들의 휴식 보장을 위해서였다. 1월 중순이면 떠나던 선수단 공식 캠프도 2017년부터 2월로 미뤄졌다.
선수협은 한 때 선수들의 구장 출입을 막을 정도로 강력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유명무실해진다. 지난해부터 일부 팀 선수들이 ‘선발대’라는 이름으로 먼저 캠프지에 떠나고 있다. 코치가 없는 개인 훈련 명목이지만, 주축 선수들이 먼저 모여 캠프지 시설을 사용하며 몸을 만드는 건 단체 훈련의 성격이 짙다.

지난 20일 LG가 최고참 박용택을 비롯해 무려 20명의 선수들이 호주 시드니로 출국했다. 같은 날 NC도 양의지 포함 8명의 선수들이 미국 애리조나 투산행 비행기에 올랐다. 21일에는 KIA와 두산의 주축 선수들이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23일에는 SK가 17명, KT가 11명의 선수들로 선발대를 꾸려 각각 미국 플로리다, 투산으로 보낸다.
선수협 단체 훈련 금지 준수를 위해 선발대 선수들은 캠프 시작 전까지 숙식은 자비로 해결한다.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베테랑과 고연봉 선수들이 대부분 선발대에 포함된 이유. 반면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은 그만한 여유가 없다.
선발대 선수들이 구단과 계약돼 있는 훈련장을 쓰는 사이 비선발대 선수들은 국내에서 찬바람을 맞으면서 훈련해야 한다. 공식 캠프가 시작된 뒤에도 현지 훈련장이나 시차적응을 끝낸 기존 선수들을 따라갈 시간이 모자라다. 이 역시 부익부 빈익빈, 일종의 차별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소수의 팀들이 10명 이하 인원으로 미니 캠프에 가까웠지만 올해는 인원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만큼 더 이상 미니 캠프라 부르기 어색하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럴거면 선수협이 왜 단체 훈련을 금지하는지 모르겠다. 선발대를 안 보낸 팀들만 손해 보게 생겼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선발대뿐만이 아니다. 1월 공식 단체 훈련을 허용하는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신인, 군제대 선수들만 가능했던 단체 훈련이 이제는 재활 선수, 육성 선수까지 범위를 넓혔다. 신인, 군제대, 재활, 육성 선수 다하면 대개 30명 이상 인원이다. 한 지도자는 “자율 훈련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혀를 찼다. 자율 훈련 목적이 사라진 채 각종 편법만 더해지면서 비활동기간 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
이미 캠프가 시작된 가운데 각 구단들은 30~31일 캠프지로 떠난다. 두산, 한화, KIA, 삼성이 일본 오키나와, KT와 NC가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키움이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SK가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롯데가 대만 가오슝, LG가 호주 블랙타운에 캠프를 차린다. 2월말 SK,롯데, LG가 2차 캠프지로 오키나와에 들어가며 두산과 키움은 각각 일본 미야자키, 투산으로 이동한다.
3월23일 역대 가장 이른 개막에 맞춰 구단들은 캠프 중반부터 실전 연습경기에 들어간다. 한화와 KIA는 12경기, 삼성은 11경기, 롯데와 NC는 10경기, 두산은 8경기, 키움과 LG는 7경기, SK는 6경기가 예정돼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