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토너먼트 첫 관문을 힘겹게 통과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FIFA랭킹 53위)은 2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바레인(FIFA 랭킹 113위)과 경기에서 연장 전반 추가시간 터진 김진수의 천금 헤더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 포함 4전전승을 기록하며 8강 무대에 올랐다. 이제 한국은 오는 25일 오후 11시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4강 티켓을 다투게 됐다. 상대는 잠시 후 열리는 카타르-이라크 경기 승자다.

이날 승리로 벤투 감독은 부임 후 무패행진을 11경기(7승4무)로 늘렸고 한국 대표팀은 작년 6월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 2-0 승리부터 A매치 무패 행진을 12경기까지 이어갔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바레인과의 상대전적에서 10승4무2패로 압도했다. 하지만 2패가 모두 아시안컵 예선과 본선에서 당한 것이어서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1988년 대회 예선서 0-2로 패했고 2007년 본선 조별리그에서 1-2로 역전패했다. 특히 2007년 패배는 '바레인 쇼크'로 여전히 축구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아픈 기억이다.
벤투 감독은 이날도 4-2-3-1 포메이션으로 바레인을 상대했다. 최전방에는 황의조를 배치했고 2선에는 이청용(보훔), 손흥민(토트넘), 황희찬(함부르크)을 나란히 세워 공격 지원을 배가 시켰다. 기성용(뉴캐슬)이 부상으로 낙마한 허리는 정우영(알 사드)과 황인범(대전)에게 맡겼고 포백 라인은 홍철(수원), 김영권(광저우), 김민재, 이용(이상 전북)으로 형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변함없이 김승규(비셀 고베)가 꼈다.
바레인 역시 한국과 같은 4-2-3-1로 맞섰다. 알로마이히가 최전방에 서고 마단, 라시드, 디야가 2선에서 뒤를 받쳤다. 알사피와 알아스와드가 중원 장악에 나섰고 마르훈, 알하얌, 알삼산, 레드하가 수비라인을 형성했다.

양팀은 전반전 시작부터 기선 제압에 나섰다. 한국이 황희찬의 스피드를 앞세워 측면을 돌파하자 바레인은 전반 4분과 5분 중거리 슈팅과 측면 돌파로 한국 수비를 위협했다. 전반 9분에도 슈팅을 날렸다.
10분 이후부터는 한국이 조금씩 점유율을 높였다. 황인범, 이청용이 손흥민과 황의조에게 볼을 배급하며 찬스를 노렸다. 25분에는 손흥민이 상대 마단의 하이킥에 맞아 프리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32분에는 손흥민이 중앙에서 황의조에 전방 패스를 내주고, 33분에는 황희찬이 패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개인 돌파 시도, 37분에 다시 손흥민의 왼쪽 돌파가 이어졌다.
서서히 바레인의 균열을 노리던 한국은 43분 터진 황희찬의 선제골로 앞서기 시작했다. 페널티박스 밖 가운데 서 있던 손흥민의 발에서 시작됐다. 손흥민은 오른쪽에 있던 이용에게 패스했고 이용이 곧바로 중앙에 있던 황의조에게 땅볼 크로스를 날렸다. 황의조의 슈팅은 골키퍼를 맞고 나왔지만 쇄도하던 황희찬이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득점과 함께 전반 78%의 볼 점유율을 기록한 한국은 후반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4분 수비몸에 맞긴 했지만 황의조의 위협적인 왼발 슈팅이 나왔다. 황희찬, 이용, 홍철의 측면과 중앙의 손흥민이 호흡을 맞추면서 꾸준하게 기회를 잡아갔다.
후반 20분이 넘어서면서 바레인도 반격에 나섰다. 측면과 중앙으로 한국 수비진을 뚫으려던 바레인은 24분 라시드의 왼발 슈팅이 골문을 향했다. 김승규의 선방에 없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었다.
공격라인을 끌어올린 바레인은 결국 후반 32분 알 로마이히가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교체 투입된 후마이단의 슈팅이 홍철을 맞고 튀어나왔고 공이 발 아래 떨어지자 알 로마이히가 이를 놓치지 않고 차분하게 발로 밀어넣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황의조가 결정적인 골 찬스를 잡기도 했다. 수비가 백패스 실책을 저지르자 황의조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감아찬 공이 골대를 벗어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벤투 감독은 후반 44분 황인범 대신 이승우를, 연장 6분에는 홍철을 빼고 김진수를 넣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이승우는 연장 초반 두 차례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김진수는 여러 차례 크로스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결국 연장 전반 추가시간인 17분 김진수가 해결했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이용이 긴 크로스를 넘겼고 왼쪽 페널티박스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진수가 정확하고 침착하게 머리를 갖다 대 결국 득점으로 연결했다.
한국은 연장 후반 2분 페널티박스 정면 바로 앞에서 주세종이 날린 중거리슈팅이 왼쪽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추가골 없이 그대로 경기는 종료됐다. /letmeout@osen.co.kr
[사진] 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