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이것은 배고픔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혹독한 굶주림 끝에 아사한 이웃들로 배를 채웠다가 역병에 걸려 괴물이라 불리는 모습이 되어버린 민초들, 그리고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허기에 시달리다 끝내 괴물이 된 권력자까지, '킹덤'은 '배고픔'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묵직한 김은희표 좀비물의 탄생을 알린다.
'킹덤'은 지난해 11월 8일 싱가포르 캐피털 시어터에서 아시아 취재진 앞에서 가장 먼저 베일을 벗었다. '킹덤'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향한 조선의 끝에서 괴물이 돼버린 사람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다. '시그널', '싸인', '쓰리 데이즈' 등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좀비물로, '터널' 김성훈 감독과의 의기투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넷플릭스의 '씨 왓츠 넥스트 아시아(See What's Next Asia) 행사에서 첫 공개된 '킹덤'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이야기꾼' 김은희 작가가 만들어낸 숨막히는 스토리와 김성훈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만나 압도적인 흡인력을 자랑했다. '시간순삭(시간 순간 삭제)'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정도로, 아시아에서 온 취재진은 이 매력적인 좀비물 '킹덤'에 미친듯이 빠져 들었다.

시즌1이 공개되기 전부터 이미 시즌2 제작이 확정되고, 넷플릭스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와 최고 콘텐츠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가 "'킹덤'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통할 것"이라고 자신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 그리고 당시 '역병'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좀비'가 만난 '킹덤'은 '배고픔'이라는 보편타당한 정서로 시청자들을 설득한다. '킹덤' 속 조선시대는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여러 차례 전란을 마친 후 있는대로 피폐해진 조선, 왕은 죽었다 다시 살아나고, 왕자는 역적으로 몰린다.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간다. 그야말로 '인간 실격'의 상황 속에 민초들이 선택할 수 있는 규칙은, 본능을 충실히 따르는 것뿐이다.
김은희 작가는 인간이 인간임을 스스로 포기했거나, 혹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배고픔'의 상황을 가장 선명하고, 농밀하게 보여준다. '킹덤'을 보고 나면 왜 김은희 작가가 지상파, 케이블 등 기존 플랫폼에서 '킹덤'을 시도조차 할 수 없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기존 영상 매체에서는 표현 불가능한 장면들이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사실적이면서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사극과 좀비물의 만남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교집합의 결과물이다. 기대를 확신으로 증명한 '킹덤', 과연 김은희 작가라는 탄성이 나온다.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의 호연도 '킹덤'을 이끄는 힘이다. 주지훈은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 이창 역을 맡아 '주지훈 대세론'에 확실한 점을 찍는다. 반역자라는 누명을 쓰고 아버지인 왕의 생사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 궁을 떠나게 된 이창 역을 연기하는 주지훈은 강약을 조절하는 유려한 연기로 극의 긴장감은 물론, 소소한 재미까지, '킹덤'의 모든 것을 책임진다.
류승룡은 조선의 실질적인 권력자인 영의정 조학주 역을 맡아 매력적인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주지훈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류승룡은 조선의 권력을 모두 집어삼키려는 탐욕스러운 인물을 묵직하게 표현해낸다. 배두나는 역병의 근원을 쫓는 의녀 서비 역으로 '킹덤'의 히든카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배두나는 도전이나 마찬가지인 사극 '킹덤'에서도 심지 굳은 연기로 극의 무게감을 지탱한다. 김은희 작가가 제대로 깔아준 판 위에서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가 벌이는 한 판 '연기놀음'만 보고 있어도 '킹덤'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킹덤'을 가장 먼저 확인한 아시아 취재진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외신 기자들은 '킹덤' 상영 내내 숨을 죽이고 있다가, 상영이 끝나는 동시에 우레와 같은 박수, 몰아치는 탄성으로 '킹덤'에 대한 호평과 극찬을 표현했다. 25일이면 '킹덤'이 전 세계 190개국 시청자들을 만난다. 이제, 전 세계 시청자들이 '킹덤'을 확인할 때다. /mari@osen.co.kr
[사진] OSEN DB,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