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일본프로야구선수회는 선수들의 이적을 활성하기 위해 '현역 드래프트' 도입을 요구했다. 현역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 '룰5 드래프트', KBO리그의 2년 마다 열리는 '2차 드래프트'와 비슷하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은 다른 곳에서 기회를 잡고 구단들은 필요한 전력 보강을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일본 선수회와 일본야구기구(NPB)와의 사무절충(일종의 제도협의) 자리에서 나왔다. 그런데 협의에 참석해 현역 드래프트를 당당하게 요구한 선수들이 눈길을 받았다. 세이부 외야수 아키야마 쇼고(30)과 요미우리 외야수 마루 요시히로(29)이다. 아키야마는 2015년 216안타를 날려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세웠고 마루는 센트럴리그 2년 연속 MVP를 수상한 간판선수들이다.
일본 언론들은 "야구계를 대표하는 두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의 목소리를 대변해 이적제도의 개혁을 호소하는 이례적인 행동을 했다"고 칭찬했다. 두 선수는 선수회 내에서 어떠한 직책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주전 선수들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스타 선수가 직접 회의에 참석해 선수들의 어려움을 직접 호소하면서 언론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산케이스포츠'는 "리그의 간판 선수들의 목소리가 제도를 바꿀 수도 있다"면서 추이에 관심을 보였다. 팬들의 응원을 얻어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선수회측의 압박카드로 해석할 수도 있다. 선수회가 왜 필요한 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국프로야구 선수협회는 올해 20년 째를 맞는다. 지난 2000년 초 구단의 노골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열렬한 지원을 받아 어렵게 출범했다. 조금씩 목소리를 키워왔고 선수들의 최저 연봉 인상 등 권익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있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프로야구의 한 축으로 발전을 위한 상생의 비전을 내놓는 작업에 소홀했다. 소수 스타선수들의 전유물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12월~1월 비활동기간 저연봉 선수들을 위한 대책도 미흡하다. 사회적 대우와 명성에 비해 사회공헌 활동 및 팬들과의 소통이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에 승부조작과 도박 등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사고가 이어져 야구의 인기를 떨어뜨렸다.
더욱이 한국 선수협회는 회장도 없다. 2017년 3월부터 공석이다. 조직은 있는데 리더가 없다. 선수회를 이끌 수 있는 리더급 선수들이 나서기 싫어한다. 권리를 외치거나 동료들을 살뜰히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동료의 아픔을 눈여겨보고 당당하게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한 얼굴들이 필요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