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나움’, 칸X아카데미 선택한 걸작..나태한 삶 깨우는 죽비[오늘의개봉]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9.01.24 07: 01

 칸과 아카데미가 선택한 영화 ‘가버나움’(나딘 라바키 감독)이 오늘 개봉한다. 절망으로 가득 찬 자인의 삶을 지켜보다보면 가슴 뜨거운 희망과 함께 감동적인 위로를 받게 된다. 
24일 개봉하는 ‘가버나움’은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어쩌면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 분)이 부모를 고소하고 온 세상의 관심과 응원을 받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가버나움’의 가장 큰 매력은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는 배우들의 연기다. 자인 역을 맡은 자인 알 라피아는 실제로 레바논 시장에서 배달일을 하던 시리아 난민 소년이다. 영화 보다 더 열악한 환경속에서 살았던 자인 알 라피아는 자인 캐릭터를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소화했다. 

영화는 세상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자인이 부모를 고소한 시점부터 과거로 되돌아간다. 플래시백으로 되돌아본 자인의 삶은 상상 할 수 없는 고통 그 자체다. 부모를 비롯해 대부분의 어른들은 자인과 자인 주변에 있는 이들을 착취하려고 달려든다. 자인은 거칠지만 선한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버텨나간다. 자인의 선한 의지는 등대처럼 세상을 비춘다. 그 등대의 불빛을 마주한 순간 이따위 세상이지만 힘내서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버나움'은 비하와 혐오로 가득찬 대한민국에 제때 도착한 영화다. 어렵고 열악한 상황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라힐 역의 요르다노스 시프로우나, 요나스 역의 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 사하르 역의 하이타 아이잠 역시도 불법체류자 이거나 길거리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힘겹고 고된 그들의 삶 자체가 영화에 녹아들어있다. 배우들의 실제 사연을 모르더라도 ’가버나움’은 배우들의 연기로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지우면서 단숨에 관객들을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가버나움’은 제 71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가 품고있는 메시지 뿐만 아니라 만듦새 역시 어설프지 않다는 의미다. ‘가버나움’의 나딘 라바키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는다면 최초로 아랍 출신 여자 감독의 수상이다.  
‘가버나움’은 나태한 삶을 깨우는 죽비 같은 영화다. 자인의 불행과 절망을 보고 느끼는 상대적인 행복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침착하게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pps2014@osen.co.kr
[사진] ‘가버나움’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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