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고 유쾌한 박항서의 '바이바이'...기자 회견장서 나온 박수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9.01.25 06: 01

졌지만 품위를 잃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은 당당하고 유쾌하게 이별을 고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8강전에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과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VAR)에 웃고 울으며 0-1로 아쉽게 패배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다시 한 번 돌풍을 일으킨 박항서호의 행보는 8강에서 잠시 멈추게 됐다. 박항서호와 베트남은 극적으로 16강에 합류하고, 요르단마저 꺾으며 자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토너먼트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일본과도 매서운 경기력을 보이며 선전했으나, 아쉽게 패하며 작별을 고했다.

패배에도 박항서 감독은 품위를 잃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자 잠시 웃음을 보였던 그는 모리야스 일본 감독에게 축하를 건넸다. 기자 회견장에 들어온 박항서 감독은 "힘든 사정에서 일본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다. 패했지만, 하고자 하는 투쟁심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 그러한 부분에서 만족한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경기가 끝나고 보인 웃음에 대해 묻자 박항서 감독은 "사실 허탈해서 웃었다. 말은 힘들다고 하면서 내심 기적을 바랬다. 그런데 이뤄지지 않아 너무 아쉽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드라"고 밝혔다.
아시안컵은 끝났지만 박항서 감독은 전혀 쉴 여유가 없다. 그는 "베트남에서 U-23과 성인 대표팀 겸직이다. 이제 바로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3월에 연령대별 대회가 있고, 그 다음에는 월드컵 예선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축구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박항서 감독은 " 베트남은 아직 아시아 톱레벨 팀과 경기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이란-이라크-요르단-일본 등과 싸우는게 쉽지 않다. 선수를 넘어 베트남 축구 시스템 전반이 개선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감한 질문도 나왔다. 베트남을 울린 VAR으로 선언된 페널티킥(PK)에 대해 묻자 박항서 감독은 "옳은 판정이라고 본다. 정확했다"고 인정하면서 "아쉬운 점이라면 대회 조별리그부터 VAR가 도입됐다면 깔끔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쉬운 석패에도 박항서 감독 특유의 당당하고 유쾌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기자회견이었다. 그는 이번 대회 내내 기자 회견이 끝나면 한국-베트남 기자들과 악수를 하며 배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당분간 보지 못할 한국 기자들을 향해 다가온 박항서 감독은 악수를 권하면서 '바이바이'라는 말을 남기며 기자 회견장을 떠났다.
박항서 감독이 보여준 태도 때문일까? 기자회견장에는 떠나는 그를 향한 박수가 나왔다. 박항서 감독은 졌지만, 품위를 잃지 않고 당당하고 유쾌하게 아시안컵을 마무리했다. /mcadoo@osen.co.kr
[사진] 두바이(아부다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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