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대표하던 박항서 감독도 마지막 순간에는 한국 국민으로 돌아왔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8강전에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과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VAR)에 웃고 울으며 0-1로 아쉽게 패배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다시 한 번 돌풍을 일으킨 박항서호의 행보는 8강에서 잠시 멈추게 됐다. 박항서호와 베트남은 극적으로 16강에 합류하고, 요르단마저 꺾으며 자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토너먼트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일본과도 매서운 경기력을 보이며 선전했으나, 아쉽게 패하며 작별을 고했다.

패배에도 박항서 감독은 품위를 잃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자 잠시 웃음을 보였던 그는 모리야스 일본 감독에게 축하를 건넸다. 기자 회견장에 들어온 박항서 감독은 "힘든 사정에서 일본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다. 패했지만, 하고자 하는 투쟁심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 그러한 부분에서 만족한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아쉬운 석패에도 박항서 감독 특유의 당당하고 유쾌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기자회견이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는 투지를 불태웠지만, 승부가 정해지자 깔끔하게 승복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박항서 감독이 잠시 감정을 나타내는 장면이 있었다. 이번 아시안컵에 대한 소회와 우승팀 예상을 묻자 그는 "극적이고 행운도 따랐다. 아쉬운 점이라면 준비 기간이 짧아 선수들이 지쳤다"고 털어놨다. 잠시 말을 멈췄던 그는 "우승은 내 조국 한국이 하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한국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지금 나는 한국 국민이 아닌 베트남 감독이다'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 그도 마지막에는 한국 국민으로 돌아와 조국의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기원했다. 박항서 감독이 말할 만큼 한국 축구계에 아시안컵 우승은 간절한 목표다.
한국은 25일 카타르와 8강전을 앞두고 있다. 카타르를 꺾는다면 4강에서 UAE-호주의 8강전 승자와 격돌한다, 그리고 결승까지 진출한다면 이란-일본의 승자와 격돌한다, 산 넘어 산이다. 벤투호가 힘든 여정을 모두 이겨내고 박항서 감독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사진] 두바이(아부다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