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의 가치, 체육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개혁하겠다."
정부가 '체육계 미투 열풍'에 패러다임 변화 예고로 응답했다.
정부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체육계 (성)폭력 및 폭해 등 비리 근절대책 안건와 관련해 사회회관계장관회의를 가진 뒤 곧바로 그 결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주무부처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유은혜 장관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진선미 장관까지 함께 자리해 정부가 이번 사안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들 세 명의 장관은 단순히 쇼트트랙 심석희에 대한 조재범 전 코치에 대한 상습적 성폭행을 넘어 체육계 전체를 뒤바꿀 만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고 나섰다.
▲ 학생선수 전수조사, 한체대 종합감사
우선 유은혜 장관은 "14년 전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변천사가 심석희 선수와 흡사한 용기있는 고백이 있었고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 사건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제자리다. 오직 성적 만능주의와 엘리트 체육 사이에 어린 시절부터 폭력에 노출돼 왔다"면서 "국제대회에 좋은 성적 요구하면서 현재와 같은 구조를 만든데에 정부의 책임이 크다. 심석희를 비롯해 비인권적 처우로 고통받은 많은 선수들과 부모님들께 깊은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반성했다.
이어 유 장관은 "더 이상은 안된다. 체육계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가하는 심각한 갑질과 폭력, 성폭력을 정부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 폐쇄적 문화 속에 종목별 파벌 싸움을 하며 선수들의 장래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지금까지의 학교 운동 후 운영방식, 선수 육성방식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내내 조사하고 끝까지 뿌리 뽑기 위한 조치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부는 문체부, 여가부, 국가인권위원회 등과 긴밀히 협력해서 6만 3000여명의 학생선수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2월말까지 학교 운동부 실태와 합숙훈련에 대한 특별점검을 진행하겠다. 학생선수와 지도자의 성별이 다를 경우 심층조사하고 합숙 운영학교 또한 특별 점검하겠다"고 유 장관은 말했다.
또 "2월 중 한국체육대학(이하 한체대) 종합감사를 실시하겠다. 시설 운영, 학사, 입시, 회계를 비롯해 성폭력 사안 의혹까지 모두 조사 대상이다. 한체대 선수 및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부탁한다"면서 "성폭력 등 비위행위를 한 지도자가 다시는 학교 현장에 발디딜 수 없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 소년체전 폐지와 선수촌 개방
도 장관은 "더 이상 국위선양에 이바지한다는 목표아래 극한의 경쟁체제로 선수들을 몰아가고, 인권에는 눈을 감는 잘못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면서 "체육의 가치, 체육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개혁하는 데에 문체부가 앞장서겠다"면서 "국제대회 성적이 좋은 종목이라도 이번 성폭력 사건처럼 국민의 지탄을 받는 종목에 대해서는 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도 장관은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전국체전 고등부와 통합해 학생선수, 일반학생 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함양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학생체육축제 형식으로 전환해 나가겠다"면서 "소년체전 및 학교운동부 개선과 병행해 대학입학 체육특기자 제도를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교육계와 체육계가 함께 세밀하게 고민하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도 장관은 국가대표 선수촌 운영방식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전체 국가대표선수 훈련계획을 수립해 선수를 소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경기단체별로 수요가 있을 경우 선수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선수촌을 전면적으로 개방해 생활체육 참여자도 선수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도 장관은 "학교체육을 정상화해 '운동하는 학생,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육성하겠다.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스포츠클럽을 확충해 '일상이 스포츠, 일생이 스포츠'인 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면서 "스포츠의 가치를 국위선양에 두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하고, 최선을 다해 뛰고 달리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결과에 승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며 사는 참된 스포츠 가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도록 하겠다. 그런 가치 위에 2023년 올림픽 공동개최를 준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도 장관은 마지막으로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로 앞장서겠다. 더 이상 스포츠 강국이라는 미명하에 선수들이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앞장서 노력하겠다. 스포츠강국에서 스포츠선진국으로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