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점유율 축구는 무의미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3위)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서 열린 카타르(93위)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서 0-1로 졌다.
한국은 이날 카타르를 압도했다. 카타르는 수세 시 잔뜩 웅크리며 파이브백을 가동했다. 한국은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카타르를 압박했다. 점유율서 60.3%-39.7%로 크게 앞섰다. 찬스 메이킹과 결정력 부족이 문제였다. 결국 한국은 후반 33분 역습 위기서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패했다.

벤투호의 점유율 축구가 허망하게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8월 부임 이후 줄곧 안정적인 빌드업으로 공을 점유해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천명했다. 가시적 성과도 냈다. 부임 후 치른 A매치 11경기서(7승 4무)서 무패를 이어갔다. 그러나 카타르전서 점유율 축구의 허점을 드러내며 무너졌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전 패배 후 점유율만 높고, 공격 전개가 부족했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효율적인 축구가 아니라면 동의하겠지만, 기회는 많았다. 우리의 '지배하는 축구'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맹이가 없는 내용은 무의미하다. 경기 내내 공을 점유하고 지배해도 골을 못 넣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벤투 감독도 "우리 경기력보다 골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찬스는 많았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마지막 패스의 세밀함과 결정력이 문제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점유를 기반한 지배하는 축구가 성공을 거두려면 결정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카타르전엔 점유율을 제외하고는 공격 작업의 주요 수치들이 상대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한국이 날린 10개의 슈팅 중 골문으로 향한 건 단 2개에 불과했다. 반면 카타르는 11개의 슈팅 중 4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했다. 한국의 크로스 성공률도 10%를 밑돌았다. 18개의 크로스 중 1개만 정확히 배달돼 정확성은 5.6%에 그쳤다. 4개의 크로스를 올려 25%의 정확성을 기록한 카타르와 성공 개수와 같았을 정도로 비효율적이었다.
'무적함대' 스페인 축구대표팀은 과거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점유율 축구를 앞세워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전무후무한 메이저 대회 3연패(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신화를 썼다. 그러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서 4골에 그치며 1승 2패로 충격 탈락했다. 유로 2016과 2018 러시아 월드컵서도 16강서 짐을 쌌다. 무의미한 점유율 축구의 몰락이었다.
“카타르가 우리보다 더 효율적인 경기를 했다”는 벤투 감독의 말처럼 효율적인 축구를 선보인 카타르가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때론 무의미한 점유율보다 효율적인 축구가 더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을 벤투호다./dolyng@osen.co.kr

[사진]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