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닌' 손흥민의 부진, 벤투의 ‘중국전 88분’이 부메랑됐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9.01.26 15: 02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 한국의 꿈은 산산조각났다.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무기력했다.   
조별리그 중국전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16강 바레인전, 8강 카타르전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한국의 탈락으로 손흥민을 향한 아쉬운 시선이 있다. 카타르와의 경기에선 ‘걸어다닌다’는 날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감독의 무리한 손흥민 활용으로 토트넘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손흥민의 '중국전 88분 출장'은 결국 넉아웃 토너먼트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손흥민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맨유와의 EPL 리그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0-1로 패하면서 경기 끝까지 체력 소모가 컸다. 토트넘-맨유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14일 새벽 3시20분에 끝났다. 
경기 후 손흥민은 곧장 런던에서 아랍에미리트로 이동, 비행기로 6시간 걸려 도착했다.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 것이 14일 오후 1시 15분쯤이었다. 90분 풀타임을 뛴 후 10시간 만에 아랍에미리트로 넘어온 것이다. 
14일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시차적응도 할 새 없이 15일 대표팀 훈련을 소화했다. 그리고 16일 밤 10시30분에 킥오프한 중국전에 선발로 출장했다. 맨유와의 경기가 끝나고 67시간이 지난 후 선발 라인업으로 나선 것이다. (그 사이 비행시간 6시간도 포함) 그리곤 중국전에서 손흥민은 ‘88분’을 소화했다. 
손흥민의 중국전 선발 출장은 벤투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도 있다. 한국은 16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다득점에서 중국에 밀리는 상황에서 조 1위를 위해 손흥민을 내세웠다. 그러나 굳이 선발로 내세울 필요가 있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경기가 안 풀리면 후반 교체 멤버로 기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중국전을 앞두고 손흥민을 무리하게 기용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벤투는 자기 고집대로 선발 출장시켰다.  
더구나 한국이 후반 초반 2-0으로 리드를 잡았음에도 손흥민을 거의 풀타임으로 뛰게 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43분에서야 손흥민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했다. 88분을 뛴 것. 후반 6분 김민재의 헤더로 2-0이 된 이후에 더 일찍 교체했어야 했다.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이 최대한 무리하지 않기를 바란 토트넘 팬들도 손흥민의 중국전 선발 출장에 깜짝 놀랐다.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손흥민을 선발로 내세워야 하나. 그가 다칠까 걱정된다”, "일요일 경기를 뛰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 훈련하고 곧장 경기에 뛰는데 과부하다.”
손흥민은 중국전 이후 5일을 쉬면서 16강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 슈팅 타이밍에서 과감하게 때리지 못하기도 했다. 중국전에서 거침없는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었고, 코너킥 키커로 나서 1도움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25일 카타르전에서는 더욱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손흥민은 대회 중간에 “솔직히 피곤한 면도 있다”고 했고, 8강전을 앞두고는 “이틀 쉬고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바레인 상대로 120분을 뛴 그의 몸 상태는 달랐다. 카타르전에서 후반 페널티박스 안에서 완벽한 찬스를 잡았으나, 왼발 슈팅은 힘없이 골키퍼 품에 안겼다.  
결국 무리한 일정 탓에 체력이 방전된 손흥민은 ‘걸어다닌다. 어슬렁거리고 투지가 없다’는 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손흥민은 카타르전 패배 후 “체력적으로 지쳤던 것 같다. 내가 잘 준비했어야 했는데, 축구 팬을 실망시킨 것 같아 죄송하다. 사실 몸 상태가 좋았던 적이 별로 없다. 잠도 잘 못 자고. 경기장에서 더 잘했어야 하는데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orange@osen.co.kr
[사진]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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