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의대만 합격하면 되는데?
입시 지옥, ‘SKY캐슬’ 입주민들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대학 합격, 서울 의대만 강조하는 입시 지옥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고 있는 것. 하지만 한 사람은 여전히 서울 의대를 부르짖고 있다. 정준호의 엄마, 김혜윤의 할머니 윤여사 역의 정애리다.
26일 방송된 JTBC ‘SKY캐슬’ 19화에서 한서진(염정아 분)은 딸 강예서(김혜윤 분)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시험지 유출사건을 자백하고 학교에서 자퇴하기로 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해 자신의 실력으로 당당히 대학에 가겠다는 딸을 보며 한서진과 강준상(정준호 분)은 비로소 미소 지었다. 김혜나(김보라 분)의 죽음으로 모두가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은 것.

하지만 딱 한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강준상의 어머니이자 강예서의 할머니인 윤여사(정애리 분)가 주인공. 그는 손녀의 자퇴 소식을 듣고 아들의 집으로 달려와 며느리 한서진에게 다짜고짜 “출신도 속이고 이름도 속이고 대학도 속인 것이 끝내 3대째 의사 가문 만든다고 나를 속여? 네가 만든다며. 돈만 주면 만든다고 했어 안 했어?”라고 따졌다.
한서진은 물러서지 않고 “저도 3대째 의사 가문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우리 딸이 망가질까 봐”라고 답했다. 그러나 윤여사는 “왜 망가져? 서울 의대만 합격하면 다 되는데? 그걸 망쳐?”라고 소리쳤다. 보다 못한 강준상이 “어머니 그만 하세요”라고 말렸지만 윤여사는 “너라도 말렸어야지. 예서 서울 의대 거기만 보내라는데. 그게 너와 내 사이 기브앤테이크인데 그것도 못하고 애를 저지경으로 만들어?”라고 분노했다.
한서진은 “서울 의대 전국 수석한 애비도 빈 껍데기라잖아요. 어머니 인생 잘못 사셨다잖아요. 저도 우리 예서한테 그런 말 들을까 봐. 빈 껍데기 소리 들을까 봐 멈춘 거예요”라고 맞섰다. 옆에서 듣고 있던 강예서 역시 “3대째 의사 가문, 그거 왜 만들어야 되는 거예요?”라고 되물었다. 기가 막힌 윤여사는 “의대 가야지. 네 아빠 나온 서울 의대 가야지. 3대째 의사 가문 당연히 만들어야지”라고 말했다.
이에 강예서는 “그게 왜 당연한 거냐고요. 나는 할머니랑 얼굴도 이름도 다 다른데 왜 할머니랑 똑같은 생각해야 하냐고요”라고 따졌고 동생 강예빈(이지원 분)도 “그러게. 그렇게 가고 싶으면 서울 의대 할머니가 가시지 그랬어요”라고 거들었다. 손녀들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대들자 윤여사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강예서는 “서울 의대를 가든지 말든지 이제 내가 결정할 거예요. 할머니가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라며 싸늘하게 지나쳤고 윤여사는 휘청거렸다.

윤여사는 금쪽 같은 아들 강준상의 출세를 위해 앞만 보고 내달렸다. 그래서 아들이 자신의 숨겨진 딸 혜나 대신 병원장의 손자를 살리자 “너는 더 위중한 환자를 구하기 위해 9살 아이를 먼저 살린 것 뿐"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송 중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뻔히 알면서 출세하려는 욕심에 내가”라고 소리치는 아들에게 말이다.
특히 그는 “방법 좀 알려달라.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해서 1등 했고, 의대 가라고 해서 의사 됐다. 병원장 되라고 해서 기를 쓰다가 내 자식을 죽였다. 내 자식 죽인 주제에 어떻게 의사 노릇을 하냐”고 울며 매달리는 강준상에게 “자책할 필요없다”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한서진이 앞서 김혜나 사망사건의 진실을 덮고 오히려 김주영(김서형 분)이 빼돌린 강예서의 시험지를 들고 돌아왔을 때에도 그는 “다 괜찮아질게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시간이 흐르면 지나갈 거다. 혜나를 1년간 앞에 두고도 그렇게 보냈는데 애비가 병원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지 않겠니. 이럴 때일수록 네가 중심을 잡아야 해.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예서만 서울 의대 합격시켜라. 애비 마음 다시 돌아설 것”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던 바다.
혜나의 죽음으로 강준상 네 식구들은 모두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살인용의자로 몰렸던 황우주(찬희 분) 역시 한서진의 자백으로 누명을 벗었고 황치영(최원영 분)-이수임(이태란 분) 부부 역시 건강히 돌아온 아들을 두 팔 벌려 반겼다. 노승혜(윤세아 분)는 남편 차민혁(김병철 분)이 만든 입시 지옥에서 아이들을 구해내 능동적인 인생을 계획했다.
윤여사 한 사람만 죄책감과 뉘우침이 없는 모습이다. ‘SKY캐슬’에서 가장 악한 인물은 바로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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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KY캐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