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별책부록' 이나영, 9년 경력단절 배우가 이 정도 [Oh!쎈 레터]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9.01.27 11: 20

“이제 와서 기어나와?
굳세어라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 9년 만에 ‘로맨스는 별책부록’으로 안방으로 돌아온 이나영이 현실 짠내나는 ‘로코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26일 첫 방송된 tvN 새 토일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강단이(이나영 분)는 이혼 후 양육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 때 광고계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실적으로 잘 나가던 카피라이터였지만 결혼과 육아, 이혼으로 7년을 현장에서 떠나 있던 그에게 취업은 만만치않았다. 

하지만 그는 과거 잘나갔던 자신을 떠올리며 당당하게 면접에 응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모진 독설 뿐. 화장실에서 만난 면접관은 “경단녀 요새 면접에서 많이 본다. 현재 강단이 씨가 우리 회사에 무슨 도움이 되나. 이 바닥이 참 많이 바뀌었다. 감히 경력 단절이니 재취업이니 소풍가는 기분으로 오는 곳이 아니다. 기분 나쁘게. 내가 어떻게 지킨 직장인데. 이제 와서 기어나와?”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강단이는 사업이 망한 후 바람까지 핀 남편에게 울며 매달릴 정도로 그동안 가정에 헌신했다. 하지만 이혼 후 1년, 이제 그는 딸을 홀로 잘 키우기 위해 뭐든 닥치는 대로 일했다. 찜질방에서 수건도 정리했고 마트 아르바이트도 했다. 특히 아는 동생인 차은호(이종석 분)의 집에서 몰래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적은 돈을 모아나갔다. 
철거 직전인 집 빈 방에 홀로 있던 그는 행복했던 결혼 생활을 떠올렸다. 딸과 남편과 셋이 행복하게 지냈지만 남편의 배신으로 가정이 깨지고서 펑펑 울던 자신의 모습까지도. 강단이는 “울지 마 단이야. 네 남편 안 돌아와. 아무리 울어도 안 돌아와. 넌 앞으로 계속 혼자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다음 날 아침, 강단이는 철거 직전인 집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면접을 보러 가는 길에선 하나 뿐인 구두 한 짝도 잃어버렸다. 그는 “면접가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내일 보러 가면 안 되나. 1시간이라도 미뤄 달라”고 사정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거절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려 그의 처지는 더욱 초라해졌다. 
강단이는 “제 사정 따윈 안 봐주시는 게 당연하죠.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갈 거예요. 거기 가려면 지하철도 3번 갈아타야 하고 회사도 구석에 있어서 나중에 다닐 때에도. 어차피 저 안 뽑으실 거잖아요. 됐다고요. 다른 데 또 구할 거고. 제가 안 갈 거예요”라며 버스정류장에서 펑펑 울었다. 
딸 병원비 때문에 우산도 포기하고 구두 한 짝만 신은 채 절뚝거리며 걷던 그는 차라리 맨발로 빗 속을 뛰었다. 짠내나는 인생의 주인공에서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해가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 강단이는 차은호가 다니는 도서출판사에 스펙 많은 ‘경단녀’ 대신 무스펙의 신입사원으로 지원했다. 그를 본 차은호는 놀랐다. 
이나영은 원빈과 결혼식을 올린 2015년 5월 전부터 배우 생활을 잠깐 멈췄다. 내조와 육아에 집중하던 그는 지난해 영화 ‘뷰티풀데이즈’로 복귀 신호탄을 쐈다. 탈북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물인데 이나영은 엄청난 고통의 기억을 품었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삶의 여정을 지속하는 엄마 역을 맡아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뽐냈다. 
9년 만에 돌아온 안방에서도 마찬가지. 그는 변함없는 방부제 미모와 거침없이 망가지는 짠내 캐릭터 소화력으로 단박에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비를 쫄딱 맞은 채 소주 병나발을 부는 모습도, 버스정류장에서 꺼이꺼이 우는 모습도 명불허전 이나영이었다. 
경단녀 이나영은 강단이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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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로맨스는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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