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경찰서 마약반 형사들은 진급에서 같이 입사한 강력반 동기들에게 밀리고, 실적에서도 부진한 어리바리 5인방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리고 구르고 매달리지만, 실적은 0%. 급기야 경찰서장(김의성 분)에게 팀 해체 경고까지 받아 울상이다.
가장 무능한 사람은 다름 아닌 리더 고반장(류승룡 분).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지만 승진을 못하는 무능한 가장의 표본이기도 하다. 그는 서장과 강력팀의 눈치를 보랴, 아내(김지영 분)의 눈치를 보랴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장형사(이하늬 분) 역시 마찬가지다. 볼살이 흔들리도록 달리고 또 달려 봐도 범인을 눈 앞에서 놓치기 일쑤다. 덕분에 차진 욕설과 먹방력만 수직 상승 중.

장형사가 가장 무시하는 마형사(진선규 분)는 그나마 약고도 얕은 꾀를 쓰며 반전을 꿰하지만 거기서 거기다. 고반장, 장형사와 같이 있으면 왠지 더 부족해보이는 ‘짠함’이 서려있다. 하지만 수원왕갈비집 아들이 가진 손맛을 이용해 범죄조직을 잡는 일선에 선다.
영호(이동휘 분)가 5인방 중 가장 정상적이고 안정적이며 성실하다. 범인 잡기보다 닭 장사에 열중하는 팀원들에게 실망해 쓴소리를 건네지만, 한데 뭉쳐 있으니 자신의 뜻을 펼치기 쉽지 않다. 재훈(공명 분)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가장 혈기 왕성한 막내 형사. 선배들의 말을 잘 따르지만 어딘가 모르게 ‘똘기’가 느껴지는 우스꽝스러운 인물이다.
해체 위기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팀의 맏형 고반장은 이무배(신하균 분)가 리더로 있는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하고 장형사, 마형사, 영호, 재훈 등 팀원들과 함께 잠복 수사에 나선다.

범죄조직 사무실 맞은 편에 위치한 허름한 닭집을 인수해 치킨집 직원으로 위장 창업하고, 예상 밖 절대 미각을 지닌 마형사의 장기로 치킨집은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어바웃필름, 공동제작 영화사 해그림・CJ엔터테인먼트)의 5인방이 마약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치킨집을 인수하고 운영하는 과정이 '웃프'다.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위해 닭집을 운영한다는 설정이 허황해 전혀 근거가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앞뒤가 떨어지는 서사가 그려져 설득력을 높인다. 실제로 우동집을 운영하다가 망한 경험이 있다는 이병헌 감독이 소상공인의 실상과 애환을 코믹하게 담았다.

이 영화는 대놓고 웃기는 코미디 장르지만, 격한 액션 장면도 볼 수 있다. 5명의 배우들은 캐릭터별로 확연하게 다른 액션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액션 스쿨에 다니며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결말에 가서는 5인방의 특색이 십분 살아난 액션의 진수가 백미다. 수십 명이 동시에 치고 받는 육탄전이 벌어지는 대규모 액션 시퀀스가 실감나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워낙 명백한 주제와 결론인 ‘웃음’을 상정해놓고 달려가는 영화다 보니 5인방의 말과 행동 전체가 충분히 웃기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웃기다는 표현이 과언은 아닐 터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나 리액션 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점이 ‘극한직업’의 미덕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