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아프리카의 초원 사바나가 무대 위에 구현됐다. 무대 예술의 창의력이 어디까지 샘솟을 수 있는지 그 끝을 보여준 뮤지컬 '라이온 킹' 이야기다.
지난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라이온 킹'은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 아기 사자 심바가 아버지 무파사를 죽인 삼촌 스카에 맞서 동물의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는 것. 다만 스카의 분량이 대폭 늘어난 점,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피키 역이 여성이라는 점, 심바의 여자친구 날라의 용맹함이 부각된 점 등이 원작과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그래도 '라이온 킹'은 원작이 전하고자 했던 '생명의 순환'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그대로 담아냈다는 평이다.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등과 같은 대표 넘버들도 그대로 등장한다. 브로드웨이를 누비던 최고의 배우들과 연주자들이 귀호강 라이브를 선사하니 관객석에선 흥이 절로 나는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볼 점은 창의력의 끝을 보여준 무대 예술이다. 일반적인 상상력을 초월하는 무대 의상, 장치, 조명 등으로 뮤지컬 버전을 향한 의심을 단숨에 날려버린다.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방법으로 각 동물들의 특징을 구현해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퍼펫'(Puppet, 동물을 표현한 가면이나 인형)을 활용한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가 시너지를 이뤄 어린 시절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아프리카의 초원 사바나를 무대 위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기존의 그 어떤 뮤지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무대 예술과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함께했던 세대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스토리 및 넘버로 전 세계 흥행 1위 뮤지컬의 위엄을 실감케 한 '라이온 킹'. 극 중 음악 '하쿠나 마타타'(잘 될 것이다)와 같이 온갖 근심과 걱정을 잊게 만드는 이 마법 같은 순간을 서울에서는 오는 3월 28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8세 이상. 150분. / nahee@osen.co.kr
[사진] THE LION KING-Photo by Joan Marcus ⓒDis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