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다운 선택이었다.
김경문 전 NC 다이노스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부임한다. KBO 기술위원회는 김경문 감독을 전임 선동렬 감독의 뒤를 이을 새 사령탑 후보 1순위로 정했다. 곧바로 김시진 위원장이 접촉해 부임을 요청했고 김 감독은 수락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1년 만에 두 번째 태극 지휘봉을 잡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사령탑이라는 점에서 차기 감독 영순위였다. 관건은 김경문 감독의 수락 여부였다. 대표팀 지휘봉은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다. 2008년 올림픽을 마치자 주변 사람들에게 "다시는 국가대표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외롭고 힘든 자리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다가오는 운명을 피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NC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다. 작년 시즌 도중 감독에서 물러나면서 고문으로 위촉됐다. 2019시즌까지 연봉 5억 원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국가대표 감독의 연봉은 2억 원 정도이다. 선동렬 감독의 국회 출석 자리에서 밝혀졌다. 판공비도 없다. NC에서 받을 연봉과 비교하면 3억 원이나 차이가 난다. 편하게 월급을 받으면서 재충전할 수도 있었지만, 대의를 택했다.
독이 든 성배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김 감독은 이번 시즌을 마치면 다른 팀에서 영입 제의를 받을 후보이다. 우승 경력이 없어도 지도력을 인정받은 감독이었다. 기본적으로 3년 계약을 보장받는다. 계약금과 연봉을 더하면 수입도 만만치 않다. 반면에 국가대표 감독직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비바람을 타는 곳이다. 자신보다 나라를 위해 지휘봉을 받아들였다.
국가대표팀의 전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8 신화 주역들은 노쇠화됐다. 당장 오는 11월 프리미어 12대회는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려있다. 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 등 해외파의 합류가 힘들어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 성적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외면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2008 베이징 신화를 이끈 명장으로 각인이 되어 있다. 9부작 대하 드라마의 명감독이었다. 힘든 대표팀 사령탑을 고사하고 그 신화의 주역으로만 남을 수도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승부사였다. 다시 한번 도전을 선택했다. 최근 한국야구는 안팎으로 위기에 빠져있다. 김 감독은 항상 한국야구의 미래를 걱정해왔다. 한국야구를 부흥시키겠다는 일념이 그를 다시 태극 지휘자로 소환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