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는 결정이 되도록 하겠다”.
FA 내야수 송광민(36)은 지난 27일 원소속팀 한화와 2년 총액 16억원에 재계약했다. 총액 규모는 적지 않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선수에게 많이 불리하다.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5000만원으로 보장 금액은 8억원. 옵션이 연간 4억원씩 총액 8억원이다. 연봉보다 옵션이 많다.
계약 총액에서 옵션 비중 50%는 공식 발표 기준으로 KBO리그 FA 역사상 최초. 옵션 달성 기준도 만만치 않지만 송광민은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현실적으로 선택의 폭도 좁았지만, 더 이상 팀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이 크게 작용했다. 협상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오해를 사며 마음고생을 했지만 누가 뭐래도 송광민은 ‘한화맨’이다.

송광민은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여러 말들이 많았다. 더 이상 팀을 혼란스럽게 하기 싫었다. 옵션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내가 빨리 결정해야 구단도 부담을 덜 수 있었다”며 “처음부터 한화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이곳에 남아 마무리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금 당장 시원섭섭함보다 멀리 보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군입대 문제로 3년 공백을 딛고 얻은 첫 FA 자격.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기회였기에 송광민도 욕심을 낸 것은 사실이다. 그는 “나름대로 첫 FA였고, 조금 더 좋은 조건을 바랐다”고 인정한 뒤 “에이전트를 통해 의사전달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졌다. 캠프 출발이 머지 않은 상황에서 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한용덕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의 잔류 요청을 듣고 마음을 굳혔다. 그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계약을 기다리셨다.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 욕심만을 내세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담스런 옵션 조건에 대해서도 “내가 감수해야 한다. 돈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돈을 따라오게 한다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고 답했다.
지난 2006년 한화에 입단한 송광민은 올해로 14년째 이글스 맨이다. 그는 “한화에서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그동안 열심히 해왔다. FA 계약기간이 끝난 뒤 몸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유니폼을 벗겠다. 1년 더 억지로 하기 위해 팀에 부담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마지막까지 내가 할 도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은 그는 이제 후배들의 도전을 받는 위치다. 신인 노시환과 변우혁 등이 3루수 자리에서 도전장을 던진다. 송광민은 “원클럽맨으로 남고 싶을 만큼 한화가 좋다. 내가 가진 여러 경험을 잘 살려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선의의 경쟁을 해서 팀이 더 강해지도록 하겠다”며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후회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송광민은 필리판 클락에서 몸을 만든 김태균과 함께 30일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다. 한화의 캠프 본진에 앞서 하루 먼저 출발한다. 송광민은 “감독님께 허락을 받았다. 필리핀에서 열심히 훈련했는데 국내에서 며칠 더 쉬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 말씀드렸다”며 “죽어라 훈련한 게 말짱 도루묵 되지 않도록 캠프부터 준비를 잘하겠다”고 새 시즌 ‘FA 모범생’ 활약을 예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