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에이스가 아쉽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인 김경문 감독이 11년 만에 다시 야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과업은 막중하다. 오는 11월 프리미어 12대회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디펜딩 챔프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마운드 전력이 베이징올림픽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고민이 깊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11년 만에 국가대표 감독으로 다시 인사드린다. 프리미어12, 도쿄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팀 감독이란 중책을 맡아 책임감을 느낀다. 11년 전 여름밤에 느꼈던 짜릿한 전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환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임 소감을 전했다.

돌아온 김경문 감독의 대표팀의 성적에 관심도 높다. 관건은 승리를 보장하는 에이스 투수이다. 김경문 감독은 11년 전 대표팀과 현재 대표팀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그 때는 한국대표팀에 좋은 좌완투수들이 있었다. 일본 등 어느 팀과 싸워도 뒤지지 않는 에이스급 투수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점에서 걱정이 든다”고 솔직한 의견을 냈다. 필승카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은 막강한 마운드를 보유했다.류현진은 3년 차, 김광현은 2년 차 젊은 투수들이었지만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원투펀치였다. 특히 류현진은 캐나다전 1-0 완봉승에 이어 쿠바와의 결승전도 8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김광현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8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4년 차였던 우완 윤석민은 불펜의 에이스였다.
리그 주축이었던 다른 투수들도 제몫을 했다. 장원삼은 중국 4⅓이닝 무실점, 네덜란드전 8이닝 완봉승 호투를 했고 우완 송승준도 각각 중국과 쿠바를 상대로 2경기에 선발등판해 12⅓이닝 3자책점만 기록했다. 권혁, 오승환, 정대현은 불펜에서 든든한 활약을 했다. 정대현은 결승전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역전 위기에서 병살을 유도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났고 대표팀 마운드 사정도 크게 달라졌다. 봉중근과 정대현은 은퇴했고 장원삼과 권혁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 윤석민은 어깨 수술을 받으며 부침을 겪었다. 송승준도 다소 구위가 떨어졌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에 입단해 월드시리즈까지 뛰었다. 그러나 소속 팀이 반대할 경우 프리미어 12대회는 물론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콜로라도의 핵심 불펜요원 오승환도 여전히 강한 볼을 던지고 있지만, 출전이 불투명하다.
대신 베이징 군단에서 빠졌던 KIA 양현종이 이제는 국가대표 에이스로 부상했다. 작년 아시안게임의 에이스로 두 경기에 등판해 금메달을 이끌었다. 핵심적인 활약을 기대받고 있다. 아울러 김광현이 수술 재활을 마치고 작년 재기에 성공해 큰 힘이 되고 있다. 11승8패, 평균자책점 2.98를 기록했다. 작년 아시안게임에는 불참했지만 올해는 대표팀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얼굴들도 등장했다. 좌완 함덕주(두산)가 훌륭한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고, 이용찬(두산), 최원태(키움), 최충연(삼성), 박종훈(SK) 등 우완 투수들도 나타났다. 그러나 젊고 강한 투수들이 주축이었던 베이징 시기와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작년 평균자책점 15걸 가운데 토종은 단 4명 뿐이다. 달라진 환경에 김경문 감독의 고민도 길어질 것 같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