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영자가 보고도 믿기 힘든 사연에 ‘사이다’ 같은 조언으로 시원함을 선사했다.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인 그녀의 조언은 언제나 ‘안녕하세요’에서 답답함을 뚫어주는 소화제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 2TV ‘안녕하세요’에서는 아버지에게 술, 담배 심부름을 시킨다는 18세 아들의 사연이 소개돼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술을 사다 달라고 한다”며 “담배 심부름도 시킨다. 담배 한 보루를 사고 집에 가는데 이렇게까지 애를 키워야 하나 생각이 들더라”고 토로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채연은 “왜 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냐”고 물었고 아버지는 “그렇게 안 하면 마트에서 소주를 훔친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할 거면 차라리 내 눈 앞에서 마셔라고 했다. 집에서도 담배 피운다. 술 먹으면서 담배 같이 피운다”고 답했다. 주량은 한두 병 정도이며, 담배는 하루에 한 갑 정도를 피운다는 아들은 아버지와 대화도 잘 하지 않는다고. 아들은 “중3 때 노래방에서 술 먹다가 걸린 적이 있다. 그때 친구들 앞에서 귀싸대기를 맞아서 며칠 소리가 안 들린 적이 있다. 그때부터 아빠를 믿지 못하겠다”고 밝혔고, 아버지는 “제대로 때린다고 때린 게 속상한가 본데 그 이후로는 한번도 때린 적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답답한 사연이 소개된 가운데 이영자는 “맞은 기억만 있고 술을 안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없는 거냐. 술 때문에 맞은 건데?”라며 되묻기도.

‘안녕하세요’에서 소개된 사연들 중 적지 않은 경우가 가족들의 관계에서 근본적 원인이 비롯됐다. 이번에도 아들은 아버지의 체벌, 여동생과의 차별대우 등을 아버지와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아버지는 “딸은 하루에 용돈 5만 원인데 한달에 쓰는 돈이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쓴다. 비싼 거는 현금으로 나한테 사 달라고 하고 카드는 그렇다. 뭐가 서운하냐”고 물었다.
“아빠가 저를 언제든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아들에 이영자가 나섰다. 그녀는 “나는 네가 비겁하다. 아버지가 매일 같이 너를 구타한 것도 아니고 어떤 아들이 술 먹는데 혼을 안 내냐. 네가 잘못했을 때 술 먹고 담배 피우고 그랬을 때 그 버릇 고치려고 아버지가 두 세 번 한 거 가지고 아버지 핑계만 대고 있지 않냐. 비겁한 짓은 최소한 안 했으면 좋겠다. 나도 그랬다. 웬만한 거짓말할 때는 동태 정도로 맞고 엄마 돈 훔쳐 갔을 땐 모든 생선을 던지더라. 그때 얼마나 치욕스러워겠냐. 근데 내가 잘못한 걸 알았다. 도둑질을 한 거니까. 그때부터 도둑질 끊었다. 우리가 왜 아들을 이해해주지 못하냐면 그때 아버지의 매가 트라우마라면 술과 담배를 끊었어야지”고 조언했다.
아버지는 “한 달에 4~5번이라도 마주 앉아서 대화하고 동생이랑 너랑 아빠랑 셋이서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밥이라도 같이 먹는 방향으로 약속하자”고 말했고, 아들은 약속을 받아들이며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엄마 없는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해온 아버지의 마음과 아들의 뉘우침이 모두의 눈시울을 붉혔다. / besodam@osen.co.kr
[사진] '안녕하세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