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공개된지 불과 5개월만에 최강의 국수인 이세돌 9단을 꺾었다. 그 이전해인 2015년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 후이를 꺾을 때와 반응은 사뭇 달랐고, 뜨거웠다. 그 이후 알파고는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커제까지 제압하면서 바둑에서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공식전적 12승 1패, 인터넷 대국을 포함해 기보를 남긴 전적은 73승 1패라는 극강의 승률로 바둑계를 평정했다.
바둑계를 평정한 뒤 구글 딥마인드의 시선은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2쪽으로 돌아갔다. 딥마인드가 새로운 도전 과제를 스타크래프트2로 정한 이유는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선수들이 e스포츠 대회를 통해 실력을 겨루는 역사적으로 가장 크게 성공한 게임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가위바위보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전략성과, 체스나 바둑처럼 플레이어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 않고 직접 '정찰'을 통해 상대의 중요한 정보를 발견해야 하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였다. 초반 구상이 인과관계처럼 이어질 수 있는 요소와 본인의 차례를 기다리는 보드게임과 달리 실시간으로 계속 플레이하고, 다양한 동작이 가능한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구글 딥마인드는 인공지능 연구의 다음 타켓으로 선정이 가능했다.

블리자드와 협업속에서 탄생한 결실이 '알파스타'다. 알파스타는 각 에이전트별로 16개의 구글 v3 TPU를 탑재해 2주간 프로게이머가 최대 200년간 실행가능한 훈련량을 축적했다. 프로토스전으로 종족전을 제한하고 280 APM의 동작에 불과했지만, 훨씬 정확한 동작으로 알파스타는 승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지난해 12월 12일 다리오 뷘시와 경기에서 5-0으로 승리했다. 저그인 다리오 뷘시가 프로토스로 플레이했지만 그의 실력이 그랜드마스터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알파스타가 충분히 강함을 보여준 결과였다. 1주 후 '마나' 그레고리 코민츠와 프로스트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지난 24일 런던에서 열린 '딥마인드 스타크래프트2 라이브' 시범 경기에서 '마나' 그레고리 코민츠가 알파스타에 설욕에 성공했지만 코민츠의 멘트를 통해 알파스타의 놀라움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레고리 코민츠는 "알파스타가 예상하지 못한 매우 사람과 같은 게임 플레이 스타일로 거의 모든 경기마다 높은 수준의 움직임과 다른 전략을 성공시킨다는 점에 감명 받았다.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고 대결 소감을 전했다.
결과를 공개한 지난해 시범경기는 프로토스전에 국한됐고, 지난 24일 시범 경기는 '마나' 그레고리 코민츠가 승리했지만, 2주간 200년이 넘는 훈련량을 축적한 '알파스타'의 괴력이라면 바둑에서 '알파고'처럼 패배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 scrapper@o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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