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된 남자’ 여진구가 또 미쳤다. 1인 2역의 새 역사를 쓴 그다.
29일 방송된 tvN 월화 드라마 ‘왕이 된 남자’ 8화에서 진짜 왕 이헌(여진구 분)은 자신 대신 임금 노릇을 한 광대 하선(여진구 분)을 죽이라 명했다. 하지만 장무영(윤종석 분)은 하선을 살려줬고 이헌은 중전(이세영 분)과 합방을 시도했다. 그러나 거칠게 다루는 왕을 보며 중전은 키스를 거부했고 이헌은 다시 쓰러졌다.
도승지 이규(김상경 분)는 하선이 살아 있다는 장무영의 말에 다시 이헌을 궁 밖에서 치료할 계획을 짰다. 돌아온 하선은 쓰러진 이헌을 본 뒤 이규에게 “어찌 저를 다시 부르신 겁니까?”라고 물었다. 이규는 “너야말로 죽을 줄 알면서 왜 돌아왔냐”고 되물었다.

하선은 “보았으니까요. 전하께서 저를 죽이라고 나리께 명했을 때 머뭇거리는 걸 보았으니까요”라면서도 “나리는 결코 모를 거요. 믿고 의지한 사람한테 버림 받은 기분을. 득실거리는 승냥이 떼를 피해 숨어 있으면서 다짐했다. 이대로 억울하게 못 죽는다고”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규는 “용서를 빌기 바라면 용서를 빌 것이고 그냥 놓아 달라고 하면 놓아줄 것이다. 네가 정녕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질문했고 하선은 “힘을 갖고 싶소.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진 진짜 임금이 되고 싶소”라고 말했다. 이규는 “어떤 위협이 닥쳐도 내 너의 곁을 떠나지 않고 널 지킬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궁으로 돌아온 하선은 그리워하던 중전을 만났다. 와락 그를 안은 후에는 “간밤 내내 중전 생각밖에 나지 않았소. 내 그 생각으로 지난 밤을 버텼소”라며 “이 미소를 다시 보지 못하면 어쩌나 두려웠소. 죽을 만큼 무서웠소. 내 앞으로 자주 찾아오겠소. 지겹도록 오겠소”라고 달콤하게 고백했다.

궁에서 하선이 다시 잘못된 것들을 되돌려 놓는 동안 외딴 굴에서 이헌이 깨어났다. 그는 곁을 지키고 있는 장무영에게 “그 광대 머리는 어딨느냐”고 물었고 살려줬다는 말에 “죽을 죄를 지었으면 죽어야지. 내가 죽여주랴? 어명을 지키지 못하였으니 죽어 마땅하다. 주군의 손에 죽는 걸 감복하거라”며 광기 어린 눈빛을 번뜩거렸다.
쇠약해진 탓에 온몸을 떨며 간신히 칼을 빼들었지만 이규가 나타나 그의 생일임을 알렸다. 미역국 한 상을 받아든 이헌은 숟가락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 이번에 환궁하면 내 뜻을 거스른 자들을 모조리 죽이겠다. 피바람이 불어야 이것들이 정신을 차리지”라고 분노했다. 이규는 폭주하는 이헌을 그저 안쓰럽게 바라볼 수밖에.
두 사람은 환궁하기 전 바다를 보러갔다. 이헌은 강성한 조선을 같이 만들자고 했지만 이규가 건넨 술을 먹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가장 아끼던 충신에게 배신 당한 그는 “그 광대놈이 죽지 않고 산게로군. 어쩐지 이리 될 것만 같아 두려웠네. 하지만 어찌 내게 등을 돌리는게야. 어찌 나를 버리는게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규는 “전하를 버리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상과 백성을 택한 것”이라 했고 이헌은 궁에 돌아가 하선과 중전, 이규와 장무영을 죽이겠다고 했다. 왕을 안쓰럽게 보던 이규는 “말씀을 줄이셔야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헌은 자신이 독살한 어린 동생을 떠올리며 “그 아이도 고통스러워했는가”라며 뒤늦게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그는 “자넨 죽고자 했는데 살고, 난 살고자 했는데 죽다니. 아니 될 말일세. 난 살아야겠네”라고 눈물을 흘렸다. 이규는 “전하께서 말하신 강성한 나라가 하루라도 빨리 올 방도는 이것 뿐이다. 네가 목숨 걸고 반드시 그리 되게 만들겠다”고 했다.
쓰러진 이헌은 “두렵네 너무 무서워. 저승에선 내가 임금이었다는 게 아무 소용없겠지”라며 점차 죽어갔다. 이규는 “제가 마지막까지 곁에 있겠습니다”라고 말했고 결국 이헌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규는 죽은 왕 앞에 일어나 절했다. 몰아치는 파도 앞 두 사람의 모습은 더없이 쓸쓸했다.
여진구는 광대 하선과 폭군 이헌을 넘나들며 매회 레전드 연기를 펼쳤다. 8회에서는 그 정점을 찍으며 시청자들의 오감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동명의 영화 원작과 달리 ‘왕이 된 남자’에선 폭군 이헌이 독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제 앞으로 광대 하선이 그리는 이야기가 주된 골자가 될 터.
여진구의 미친 1인 2역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왕이 된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