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34)이 또 다른 얼굴로 관객들 앞에 섰다. 자타공인 연기력과 매력을 인정 받은 선배 공효진(40), 조정석(40)과 함께 했음에도 그들이 미치지 못할 고유의 매력을 발산하며 영화를 이끄는 존재감을 발산했다.
류준열이 주연을 맡은 영화 ‘뺑반’(감독 한준희,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호두앤유픽쳐스㈜ ・㈜쇼박스)은 통제불능 스피드광 사업가를 쫓는 뺑소니 전담반 ‘뺑반’의 고군분투 활약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장르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자동차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과 본능을 지닌 순경 서민재 캐릭터를 특유의 개성 넘치는 연기로 소화했다. 카레이싱 장면의 95% 이상을 직접 소화한 류준열은 온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본능까지 발휘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캐릭터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과 깊은 이해력, 연기적 방향성이 ‘류준열표’ 서민재를 완성했다.

30일 개봉한 ‘뺑반’은 첫날 25만 3740명(영진위 제공)을 동원하며 코믹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어바웃필름, 공동제작 CJ엔터테인먼트)에 이어 흥행 대열에 들어섰다.
‘뺑반’에서 류준열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민재를 소화하며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줬다. 초반에 천재스러운 괴짜의 면모를 보여준 그는 중반부에서는 아버지(이성민 분)와의 끈끈한 가족애부터 인간적인 동료애, 후반에서는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정의감 넘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공익을 택하는 경찰의 진면목을 그리며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류준열의 가느다란 눈 모양새가 민재의 정체를 숨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슬픔이 내재됐지만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표정이 불량한 남자로, 때로는 태어날 때부터 좋은 친구였던 선인(善人)으로 비춘다. 알 듯 말듯한 표정부터 의미심장한 눈빛, 말투 하나에 의문 가득한 민재 캐릭터를 담은 것이다.
무엇보다 헐렁한 바지부터 무심한 듯 걸친 재킷, 안경 같은 소품에도 직접 관여하며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묘함을 표현했다.
류준열은 지난해 개봉한 느와르 영화 '독전'(이해영 감독)이 흥행에 성공하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독전’에서 류준열은 실체 없는 마약조직의 넘버원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형사 원호(조진웅)와 손 잡은 조직원 락 역을 맡았다.
락은 속내도, 감정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미스터리한 인물. 류준열은 더욱 섬세해진 감정과 내면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순박하고 청순했던 모습과 달리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강렬한 연기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류준열은 ‘뺑반’에서 한층 더 깊어진 내면 연기로 새로운 무기를 장착해 관객들을 맞이했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