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벼들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이다”.
KIA 새 외국인 타자 제레미 해즐베이커(32)는 지난 2016년 만 29세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했다. 그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투수 오승환(콜로라도)과 함께 개막전에서 나란히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에서 한 시즌을 보내 한국팬들에게도 낯익은 선수다.
메이저리그 중계를 꾸준히 맡은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도 해즐베이커를 잘 안다. 지난 2일 KIA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을 찾은 허구연 위원은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캠프 때 해즐베이커를 본 기억이 난다. 이름이 특이해 더 인상에 남았다”고 떠올렸다.

이날 해즐베이커의 프리 배팅 훈련을 지켜본 허구연 위원은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타격 전 배트를 뒤로 빼는 테이크백이 작은 것이었다. 허 위원은 “준비 동작이 크지 않다. 이미지 트레이닝만 잘되면 KBO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유형이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평했다.
이어 허 위원은 “테이크백이 크지 않은 타자들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대처하기 어렵다.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많이 치기 쉽지 않다. 팀도 많고 투수도 많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투수가 한정돼 있다. 각 투수들에 대한 타이밍만 맞추면 충분히 통할 것이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그 예로 제라드 호잉(한화)을 들었다. 호잉은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 통산 74경기 타율 2할2푼 1홈런에 그쳤다. 강속구에 약점을 드러냈지만 한국에선 장타력이 폭발하며 빠르게 연착륙했다. 메이저리그 2시즌 통산 155경기 타율 2할5푼8리 14홈런을 기록한 해즐베이커는 기록상으로 호잉보다 뛰어난 타격 성적을 냈다.
해즐베이커는 호잉과 같은 에이전트(이한길 GSI 대표)가 한국행을 주선했다. 호잉처럼 발 빠른 외야수로 호잉처럼 호타준족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김기태 KIA 감독도 “외야 수비는 (코너부터) 중견수까지 다 된다. 타순도 1~2번을 맡을 수 있다. 팀 상황에 따라 어떤 역할을 줄지 결정하겠지만,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몸집도 크다”고 기대했다.
관건은 한국 투수들의 유인구 승부에 얼마나 인내심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 허 위원은 “공에 너무 덤벼들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호잉은 KBO리그 첫 해였던 지난 시즌 삼진율 15.8%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2시즌 동안 기록한 24.6%보다 10% 가까이 낮추며 한국 투수들의 유인구에 쉽게 말리지 않았다. 해즐베이커의 KBO리그 성공 여부도 선구안이 좌우할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