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 배트인데요.”
3일(이하 한국시간) NC 다이노스의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레이드파크. 선수들이 한창 진행 중인 야구장 근처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끌고 온 미국인 한 명이 있었다. 이 미국인 손에는 야구 방망이 한 자루가 함께 있었고, 봉중근 해설위원은 이 미국인이 보여준 방망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방망이의 원래 주인은 봉중근 해설위원. 1997년 신일고 2학년을 중퇴한 뒤 메이저리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한 봉중근 해설위원은 트레이드로 2004~2006년에는 신시내티 레즈에 뛰었다. 내셔널리그 소속인 신시내티는 투수도 타석에 들어선다. 이 방망이는 신시내티 시절 봉중근 해설위원이 쓰던 배트였다.

봉중근 해설위원을 웃게 한 이 미국인은 저스틴 세이퍼. 현재 미 공군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2004~2005년, 2009~2010년, 2015~2016년 총 3년 동안 군산과 평택에서 주한 미군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한국 문화와 KBO리그를 접한 그는 매력에 푹 빠졌고, 미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애리조나에서 살면서 KBO리그 스프링캠프를 매년 방문하기 시작했다.봉중근 해설위원의 현역 시절 배트는 직접 인터넷을 뒤져서 구매한 것. 이 밖에 KBO리그 선수들의 카드를 사는 것도 저스틴의 남다른 취미다.

‘추억 소환’에 봉중근 해설위원도 깜짝 놀랐다. 봉 해설위원은 “신시내티에서 선발로 뛰고 있을 때 받은 배트다. 기억이 가물한데, 이렇게 직접 보게 돼서 신기하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서 “한국 팬들이 사인을 요청해도 좋지만, 외국인이 한국 야구의 팬이라고 밝히고 사인 요청을 하면 자부심도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저스틴의 모자 역시 LG 트윈스의 모자. KBO리그 모든 팀을 좋아한다고 밝힌 저스틴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팀은 kt wiz. 그 중에서도 이대형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저스틴은 “슈퍼소닉을 가장 좋아한다”라며 “수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워터페스티벌 행사는 정말 즐거운 행사”라고 눈을 빛냈다.
‘야구의 고장’ 미국의 메이저리그를 제치고 저스틴의 마음을 훔친 KBO리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저스틴은 “사실 메이저리그는 너무 진지하고 매 경기를 전쟁과 같이 치른다. 너무 심각하게 경기를 하는 것 같아 지루하다”라며 “KBO리그에는 흥겨운 응원 문화가 있다. 치어리더의 동작에 응원을 따라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또 야구장에서 김밥을 먹거나 치킨과 맥주를 먹는 것도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웃었다.
이 밖에 떡볶이, 비빔밥 등을 좋아한다고 미소를 지은 저스틴은 “최근 한국에 방문하지 못해서 아쉽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국에 가서 야구장에서 다시 한 번 응원 문화를 즐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bellstop@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