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 신분도 불사한 이적이었다.
한화에서 방출을 요청해 자유계약선수였던 좌완 권혁(36)이 두산에 입단했다. 두산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권혁을 1년 연봉 2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삼성에 입단해 주축 불펜요원으로 활약했고 한화와 FA 4년 계약을 채우고 세 번째 구단에서 야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권혁은 두산 입단과 함께 두 가지의 손해를 보았다. 첫 번째는 연봉이 4억5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줄었다. 절반 이상이 싹뚝 잘렸다. 사실 한화와 연봉협상에서 제시받은 금액과 같았다. FA계약이 끝나면서 일반 계약 협상이었다. 지난 2년 동안 수술과 부상으로 제몫을 못해 연봉삭감은 불가피했다.

두 번째는 신분이 달라졌다. 정식선수가 아니라 육성선수 신분이다. 선수등록마감일인 1월 31일까지 다른 팀으로 이적을 못했다. 2월을 넘기면 신분이 육성선수로 바뀐다. 5월 1일부터 신규 등록이 가능하다. 따라서 4월 30일까지는 2군 퓨처스 경기에만 출전할 수 있다. 베테랑 육성선수인 셈이다.
권혁은 한화시절 불꽃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2015년 78경기, 2016년 66경기를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언제든 부르면 마운드에 올랐다. 김성근 감독에게는 혹사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권혁은 불꽃이라는 상징성을 얻었다. 이후 두 시즌은 팔꿈치 뼈조각 제거수술과 허리 통증으로 부진했다.
지난 2년 간의 부진과 올해 36살의 나이. 팀의 젊은 선수 기용 기조와 맞물려 입지가 좁아졌다. 유일한 미계약자 선수로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했다. 2군 캠프에서 다음을 모색할 수 있었지만 구단에 자유계약선수 방출을 요청했다. 자신의 가치를 위해 과감하게 새로운 환경을 선택했다.
권혁은 “사람마다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돈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 내가 뛸 수 있는 환경과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은 기회를 얻고 싶다”고 방출요청의 이유를 설명했다. 자유의 몸이 되자 몇몇 구단에서 영입을 저울질 했고 두산이라는 강팀의 요청을 받아 수락했다. 권혁의 불꽃인생. 그 무대만 바뀐 셈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