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화의 토종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좌완 투수 김범수(24)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초반 공을 던지지 않고 있다. 웜업, 웨이트, 보강 운동 위주로 몸을 만드는 과정이다. 캠프 전 오른 옆구리 근육통이 있었고, 한용덕 한화 감독이 훈련조에서 빼놓았다.
한용덕 감독은 “범수는 다음 파트부터 본격적인 피칭 훈련에 들어갈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준비시킬 생각이다”며 “지난해 12월14일까지 공을 던졌다. 체력적으로 지쳤을 것이다. 정신적 피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늦춰서 페이스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범수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KBO 연합팀에 선발돼 아시아윈터베이스볼(AWB)에 참가했다. 연합팀 에이스로 자리 잡으며 4경기에서 19⅔이닝을 소화했다.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서는 강습 타구에 왼 손목 근처를 맞아 1회 강판됐다. 단순 타박상으로 한숨 돌렸지만 한화로선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시 한용덕 감독도 김범수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한 감독은 “시즌 후 휴식이 정말 중요하다. 범수가 대회를 마친 뒤 지친 많이 모습이 보였다. 투수는 예민하다. 관리를 세심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투수 출신인 한 감독도 이 같은 경험이 있어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한 감독은 지난 1991년 시즌을 마친 뒤 한일 슈퍼게임에 참가했다. 그해 201⅔이닝을 던지며 개인 최다 17승 평균자책점 2.23으로 활약했다.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까지 치른 뒤 슈퍼게임에 나섰다. 4차전 우수투수에 선정될 정도로 인상 깊은 투구를 했지만, 쉼 없이 이어진 강행군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선명하다
한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하고 난 뒤 슈퍼게임을 앞두고 미니 캠프까지 있었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다. 휴식기가 있었지만 푹 쉰 느낌이 없어 힘들었다. 그때 완전한 휴식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래야 또 다른 에너지가 나올 수 있다. 코치가 된 후에도 관리를 중시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류현진이 한화에서 괴물 같은 데뷔 첫 시즌을 보낼 때 한 감독은 투수코치로 함께했다. 시즌 후 한화는 이경재 당시 대표이사 주재로 핵심 스태프들을 모아 비시즌 류현진을 어떻게 관리할지 논의했다. 그때 초보코치였던 한 감독은 “코치를 붙이지 않고 혼자 푹 쉬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리받는 것마저 정신적 피로가 될 것으로 봤다.
당시 류현진은 홀로 온천에 다녀오는 것으로 비시즌 관리를 끝냈다. 데뷔 첫 해 201⅔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이듬해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211이닝으로 ‘괴물 시즌2’를 찍었다. 한 감독이 미래의 좌완 에이스로 주목하고 있는 김범수도 힘든 비시즌을 보낸 만큼 신체적 휴식뿐만 아니라 정신적 휴식까지 부여 받으며 새 시즌을 준비한다. /waw@osen.co.kr
[사진] 한용덕 감독(위)-김범수. /오키나와=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OSEN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