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속전속결이 권혁 영입전 승리로 이어졌다. 물밑에서 경쟁이 치열했지만 아예 나서지 않은 팀들도 있었다.
설 연휴이자 스프링캠프 초반 KBO리그 최고의 화제는 권혁(35)이었다. 권혁은 지난달 말 한화의 2군 스프링캠프를 배정 받은 뒤 구단에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한화 구단이 재차 설득했지만 권혁의 의지는 완고했다. 결국 지난 1일 한화가 권혁의 뜻을 존중, 자유계약선수 공시를 KBO에 신청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권혁은 연봉 2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두산과 계약했다. 불과 이틀 만에 새로운 팀을 찾을 만큼 권혁의 수요가 확실했다. 리그 전체에 세대교체, 리빌딩 바람 속에 베테랑들의 입지가 좁아졌지만 권혁은 달랐다. 30대 중반 베테랑이지만 자유계약 신분이라 별다른 출혈 없이 데려갈 수 있는 게 플러스 요소였다.

이틀 사이 권혁 영입 경쟁이 붙었다. 두산 포함 최소 3개팀이 권혁 영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팀들이 왼손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라 권혁 카드를 탐냈다. 그 중 두산이 빠르게 움직였다. 왼손 불펜 자원이 부족한 두산은 김강률 박치국 곽빈 등 젊은 투수들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합류가 어렵다. 투수 보강이 필요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가 시작됐지만 현장과 프런트의 빠른 판단 아래 속전속결로 권혁 영입을 성사시켰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구단에 먼저 요청했고, 권혁에게 직접 전화까지 걸어 함께하고 싶은 진심을 전했다. 김태룡 단장은 “우리 감독님은 원래 결정이 빠르다. 구단에 바로 이야기를 했고, 덕분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영입 과정을 밝혔다.
현장과 프런트의 손발이 잘 맞은 두산과 달리 몇몇 팀은 엇박자를 냈다. 현장에선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혁을 내심 확인하고 싶었지만 구단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육성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팀들이 그랬다. 한 관계자는 “캠프 시작 시점에서 베테랑 선수가 들어오면 기존 선수들의 사기가 꺾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칭스태프의 고유권한인 1~2군 캠프 배정 문제로 한화를 떠나는 과정을 두고 처음부터 영입을 고려하지 않은 팀도 있었다. 또 다른 팀 관계자는 “코칭스태프 지시 거부인 만큼 항명으로 비쳐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평가 기준은 다르겠지만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비슷하다. 여러 모로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 팀에서 경쟁이 붙을 만큼 권혁의 가치는 여전히 높게 평가된다. 물밑 경쟁 속에서 권혁을 잡은 두산은 좌완 원포인트를 넘어 셋업맨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권혁은 설 연휴를 지나 8일 오전 9시40분 비행기를 타고 두산 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온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