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스토리] 글러브 5개 챙긴 정근우, 자존심 버린 진정한 프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02.07 05: 51

“정근우가 1루 미트를 꼈어?”
지난 1일 한화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훈련 첫 날. 박종훈 단장은 여전히 1루에 위치한 정근우(37)가 어색한지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해 후반부터 1루를 맡았지만, 큰 미트를 손에 낀 정근우의 모습은 여전히 낯설다. 스프링캠프 첫 날부터 정근우가 2루 대신 1루에 선 것 자체가 처음이다. 
정근우는 스프링캠프를 위해 오키나와로 넘어오면서 글러브를 무려 5개나 챙겼다. 정근우는 “내야 글러브 1개, 외야 글러브 1개에 1루 미트를 3개나 가져왔다. 지난해 쓰던 미트가 있지만 외야 글러브를 맞추며 추가 주문했다. 여러 가지로 써보며 잘 맞는 것을 찾겠다”고 밝혔다. 

정근우는 명실상부한 KBO리그 역대 최고 2루수다. 그처럼 오랫동안 공수주에서 꾸준하게 정상급 활약을 한 2루수가 없었다. 그런 대선수가 터전과 다름없는 2루를 떠나 고정된 자리 없이 1루, 외야를 오가는 것 자체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몸도 힘들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어렵다. 
하지만 정근우는 “자존심 내려놓는 것, 전혀 어렵지 않았다. 쉬웠다. 프로에서 자존심이 어디있나. 당연히 실력이 먼저다. 결과적으로 내가 지난해 (2루수로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 내 실력부터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2루 자리에서) 후배들이 잘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아쉬워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되돌아봤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루에선 강경학 정은원 노태형 등 젊은 선수들이 경쟁 중이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정근우는 1루와 외야를 넘나들고 있다. 그는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주문하시는 것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어느 자리든 맡을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근우는 여러모로 느낀 게 많다. “이제 나도 팀에서 최고참 나이다. 모든 선수들이 후배인 만큼 야구에 대해 더 진지해져야 할 때다. 지난 시즌을 통해 그동안 못 느꼈던 것을 많이 배웠다”는 것이 정근우의 말이다. 장난기를 빼고 조금은 무게감 있게, 진중해졌다. 개인보다 팀 전체를 보고 움직인다. 코칭스태프가 따로 주문하기도 전에 외야 글러브까지 챙겨온 이유다. 
한용덕 한화 감독도 정근우에 대해 “팀 방향에 맞춰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들이 후배 선수들에 좋은 본보기가 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존심을 버린 정근우는 올해 목표에 대해서도 “이제 개인적인 건 없다. 팀이 작년에 3위를 해서 가을야구에 나갔지만 준플레이오프가 아쉬웠다. 내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며 “올해는 가을에도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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