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LIVE] “야구 소중함 알았다” NC 윤지웅의 후회, 그리고 다짐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9.02.07 06: 02

“많은 것을 잃고 나서 후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3순위)로 지명을 받으며 많은 기대를 모은 좌완 투수. 경찰 야구단 입대가 예정돼 있지만, 보상 선수로 팀을 옮기기도 했다. 그만큼, 그를 향한 기대치는 높았다. 2년의 기다림 후 돌아온 그는 꾸준히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한 번의 실수’는 모든 것을 바꿨다.
윤지웅(31・NC)에게 2017년은 ‘후회’로 남았다. 34경기에서 35경기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팀 불펜에 힘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7월 음주 운전이 적발됐고, 72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팀 레전드’의 은퇴식 날. 좋은 날 찬물을 끼얹었다며 팬들의 시선은 냉정해졌다.

이듬해 징계가 풀렸지만,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10경기 6⅓이닝 만을 소화하고 시즌 후 방출이 됐다. 이후 NC 다이노스가 윤지웅에게 손을 내밀었다. 새로운 출발선. 윤지웅은 후회와 다짐을 함께 전했다.
# 후회
“내 스스로가 모든 것을 깰 수 있겠구나를 느꼈습니다."
2017년 7월 9일. LG의 ‘레전드’ 이병규가 은퇴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LG 소속의 한 선수가 음주운전이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윤지웅은 “선수로서는 물론,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라고 당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좋은 날에 나 때문에 좋지 않은 소리가 나왔다”라며 “이병규 코치님께도 죄송하다고 거듭 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해도 있었다. 당시 윤지웅이 이병규 코치 은퇴식 술자리에서 술을 마셨으며, 경찰 적발 뒤 ‘이병규 코치님 은퇴식에서 술을 마셨다’라고 변명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자기가 살기 위해 선배를 팔았다’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윤지웅은 “약속이 있는데, 중간에 이병규 코치님께 인사만 하러 갔을 뿐 함께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지인이 있는 자리로 옮겼다”라며 “사고는 내가 받은 것이 아닌 뒤에서 받혀서 났다”고 설명했다. 사실과 다른 소문이었지만, 그는 “내가 다 잘못한 것이다. 누구를 원망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면 이런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말아야 할 일을 했다”라며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는데, 팬들은 얼마나 화가 나고 실망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은 윤지웅에게 뼈아프게 다가왔다. 연봉 상승이 유력했지만 삭감이 됐다. 팬들은 등을 돌렸다. 구단의 시선 역시 차가웠다. 윤지웅은 “출장 정지 후 자숙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야구에 대해서 망각하지 않았을까. 원래 목표는 40살까지 야구를 하는 것이다. 내 스스로가 이 모든 것을 깰 수 있다는 것이 무섭게 다가왔다”고 되돌아봤다.
# 다짐
다시 밟게 된 그라운드. 윤지웅은 “사람들이 '모든 문제가 나에게 있으면, 답 또한 나에게도 있다’라고 했다. 내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무엇을 잘할까 생각했는데, ‘야구로 보답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았다. 야구를 잘한다면 내가 좋은 것이지 실망한 팬들이 좋은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해드릴까 고민하다가 좀 더 내가 팬들에게 살갑게, 웃으면서 다가가며 감사함과 죄송함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시 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해준 NC를 향한 고마움도 전했다. 윤지웅은 “감사드린다. 기회를 받았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그런데 나는 그런 기회를 얻게 됐다. 구단을 위해서는 야구를 잘하는 것이 보답인 것 같다. 많은 생각을 가지고 노력해서 잘하겠다”라며 “다시 경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매년 50경기 나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2017년에는 안됐다. 올 시즌 50경기는 기본이고 80경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 장점은 팔이 빨리 풀리고 다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하다면 나를 써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잘했을 때 이야기다. 많이 나가고, 승리로 이어지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한 고민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윤지웅은 “지난해 투구 밸런스가 안 맞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구속이 원래도 빨랐던 것은 아니지만, 너무 느려졌다. 구속 증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니 밸런스가 중요했다. 겨우내 준비도 많이 하고, 웨이트도 열심히 했다. 밸런스를 찾아 구속이 올라온다면 안정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내가 좋았을 때 모습을 찾고 싶다”라며 “어렸을 때는 타자와 상대를 어렵게 하고도 그랬는데, 하다보니 시야가 넓어졌다. 내 공을 던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 공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진심 가득한 당부도 남겼다. 그는 “내가 잘못한 만큼, 누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서 느꼈다. 많은 것을 잃고 나서 후회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선수가 없었으면 좋겠다”라며 “후배들에게도 구체적으로 이런 잘못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자세히 알려주려고 한다.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는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우리가 팬들을 존중할 때 우리도 팬들에게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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