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친구이자 적이다. 마치 불과 같다. 컨트롤만 할 수 있으면 널 따뜻하게 해 주지만, 그렇지 못하면 너와 네 모든 걸 태워 버릴 수 있다. 초원을 달리는 사슴을 상상해 봐라. 반대쪽 덤불 속에 퓨마가 숨어 있다는 걸 알아채는 순간 느껴지는 두려움은 곧바로 생존을 위한 자연의 섭리로 작용한다. 평소에는 5~10피트만 뛸 수 있었던 사슴이 두려움 때문에 15~20피트를 뛰게 되지 않느냐. 두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두려움이 없으면 죽는다. 두려움은 우리를 싸우도록 일으키는 자연의 힘이다. 영웅과 소인배가 느끼는 두려움은 똑같다. 다만 영웅만이 그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설 뿐이다."
마이크 타이슨, 플로이드 패터슨, 호세 토레스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을 발굴하여 챔피언으로 만든 한 마디로 복싱 트레이너계의 레전드 중 레전드인 커스 다마토가 마이크 타이슨을 발굴해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시키면서 했던 유명한 조언 중 하나다. 이 명언은 '어나더 레벨'로 불리며 LCK 최강으로 주목받는 그리핀 김대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불과 햇수로 2년전인 2017년 12월 그가 '데스노트'를 언급했을 때 주목받지 못했던 그가 그로부터 1년의 세월이 지나 2018년 12월 31일, 그는 마침내 KeSPA컵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달 16일 '2019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이 시작하고 나서도 그리핀의 기세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연휴전 지난 2일 샌드박스와 경기서 무실세트가 멈췄지만 6전 전승 세트득실 +11로 단독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ESPN 파워랭킹에서도 2주 연속 1위로 LCK의 자존심으로 불리고 있다. 샌드박스와 경기가 끝난 지난 3일 자정 넘어 김대호 감독을 OSEN이 만나봤다.
먼저 김대호 감독에게 최근 상승세를 묻자 그는 KeSPA컵 우승이 팀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을 믿고 팀을 3년간 더 맡게 해준 회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2018년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면서 2019년 역시 그 기운을 잘 이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작년 KeSPA컵 우승은 첫 우승이라는 점이 무척 기뻤고, '나도 해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새삼스러울 수 있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뭔가를 이뤄본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이든' '공부든'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 본 1등의 자리였다.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노력하고 열심히 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는 생각이 들면서 감격 스러웠다.
어떻게 보면 난 비상식적인 면이 있어서 신뢰를 얻기 힘든 사람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팀에서는 내 장점을 높이 봐주신 것 같다. 단점이 있지만 뚜렷한 장점을 좋게 봐주셔서 3년간 더 팀을 맡을 수 있게 해주신 것 같아 그 점도 스스로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지난해 2018 롤챔스 서머 스플릿 이후 행보에 대해 묻자 그는 자신의 지도철학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결과가 주목받는 세상이지만 과정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목소리릎 높였다.

"사실 모든 스포츠판이나 인생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로 결과가 남는다. 그러나 나는 결과 보다는 과정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과정에 집착하는게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그래도 승패 보다 게임을 풀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순간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멀리 있는 결과는 과정에 따라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작년에는 과정에만 집착했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의 본질 경기력이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게임내용에만 과정에만 집중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과는 언제가는 온다고 생각한다. 결과 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눈 앞에 결과를 중요시하는데 짧은 생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걸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호 감독의 주변 지인들은 김 감독을 가리키며 정말 LOL 밖에 모른다는 말을 한다. '한 번 그가 집중을 하면 오직 그 한 가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열정'에 인정할 수 밖에 만드는 그의 열정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김 감독은 자신의 성장기를 들려주면서 선수들의 지도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e스포츠로 방향을 잡고 나서 부모님이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이 응원해주신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독특한 가정 교육을 받은 것도 지금의 내가 될 수있는 원천이 된 것 같다. 아버지와 비슷한 면이 많다. 교육 철학도 독특하신 편이다. 할 때는 확실하게 밀어붙이신다. 아버지가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으셨다. '너가 호주에서 한 달간 무일푼으로 살아 남을 수 있겠느냐'라는 말씀이 하시더니 정말 호주로 나를 보내신적이 있다. 막상 도착해서 삼촌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정말 걱정이 많았다. 마이크 타이슨을 육성한 커스 다마토의 말을 이 때부터 더 좋아하게 됐다. '두려움을 인정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독수리는 절벽에서 새끼를 미는 것으로 안다. '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못 날면 죽는 것'이다. 아마 이런 방식이 나에게 배어 있어서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감독 김대호의 꿈은 무엇일까. 김 감독의 개인적인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 그는 '자신을 재미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러나 승부사답게 팀의 목표를 묻자 '경기력 향상'을 답하면서 지난 해 내려간 LCK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재미'다. 함께 한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함께한다는 의미가 선수나 동료들이 아닌 그리핀의 경기를 지켜보시는 팬분이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요소로 재미를 팬 분들에게 드리고 싶고, 하고 싶다. 함께하는 선수들도 '감독님은 뭘해도 재미있고 즐겁다'라는 인식을 남기고 싶다.
팀 적인 목표는 과정에 집착하면서 경기력 향상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면 '우승' '돈' '명예'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하나 더 올해 목표는 국제 대회를 나갈 기회를 얻고 '한국은 강하다'라는 것을 팬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