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야에 새 바람이 분다. ‘중견수 정근우’ 카드까지 준비 중이다.
한화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고친다구장. 7일 수비 훈련에 정근우는 1루와 외야를 분주하게 넘나들었다. 코칭스태프가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내야, 외야 글러브와 1루 미트 3개까지 총 5개 글러브를 챙겨온 정근우는 “어떤 자리든 맡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한용덕 한화 감독도 정근우의 팀을 위한 마음이 고마울 뿐이다. 한용덕 감독은 “본인이 알아서 여러 글러브를 챙겨왔다. 텔레파시가 통한 것 같다. 워낙 머리 회전이 빠른 선수라 말하기도 전에 준비해왔다”며 “근우에겐 정말 고맙다. 지난해부터 말해왔지만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근우의 열린 자세에 한 감독은 한층 과감한 구상을 하고 있다. 정근우가 외야로 나갈 경우 좌익수가 아닌 중견수로 쓸 계획까지 그렸다. 한 감독은 “(김)태균이가 몸을 굉장히 잘 만들어왔다. 1루에서 태균이가 잘 움직여주면 근우가 외야로 나가는 게 우리로선 베스트”라며 “좌익수보다는 중견수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한 감독은 “코너 외야가 오히려 수비하기 더 어렵다고 한다. 근우는 예전에 중견수로 몇 번 나간 경험도 있다. 외야로 나간다면 중견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중견수 (이)용규에게도 좌익수로 수비 연습을 많이 해줄 것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좌익수 이용규-중견수 정근우-우익수 제라드 호잉으로 외야진이 새롭게 구축될 수도 있다.
원래 포지션이 2루수였던 정근우는 지난해 7월19일 수원 KT전에서 좌익수로 깜짝 선발출장했지만 수비 불안을 드러냈다. 그 이후 1루로수 옮겨 시즌을 마쳤다. 과거 SK 시절부터 김성근 감독과 함께할 때 중견 출장 경험이 있는 정근우는 좌우로 휘어지는 타구가 많은 코너보다 중견수를 선호한다. 다만 중견수로서 좌우 양 쪽을 모두 커버해야 하는 넓은 수비 범위 능력이 될지가 관건이다.
물론 한 감독의 중겨수 정근우 카드는 아직까지 구상 단계에 있다. 정근우가 외야수로 확실하게 적응해야 실전에서도 이 같은 외야 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근우가 1루뿐만 아니라 외야 수비 훈련까지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만으로도 팀에 경쟁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한 감독은 “근우가 외야에서 펑고를 받자 다른 외야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외야 자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며 “최진행과 양성우도 알아서 체중을 많이 빼고 들어왔다. 장진혁과 이동훈 같은 젊은 선수들까지 외야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보다 확실히 뎁스가 두꺼워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