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 리포트] ‘좌완 부재’ 롯데, 권혁 영입전 지켜본 속내는?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02.08 05: 52

스프링캠프 시작과 동시에 KBO리그 10개 구단들을 뜨겁게 만든 인물이 있었다. 바로 두산 베어스에 새롭게 둥지를 튼 베테랑 좌완 투수 권혁(36)이었다. 
지난달 30일, 권혁이 전 소속팀인 한화의 2군 캠프 명단에 포함됐고, 이에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논란 끝에 권혁은 지난 1일 자유계약선수로 공시가 됐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3일, 두산 베어스와 계약을 맺었다.
권혁은 2014시즌이 끝나고 한화와 4년 총액 32억원의 계약을 맺었고 첫 두 시즌 동안 한화 불펜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불꽃 투혼’의 상징과도 같던 선수였다. 하지만 첫 두 시즌을 화려하게 불태운 뒤 2016시즌이 끝난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2017년,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는 이견이 없었으나 1군 캠프 대신 2군 캠프에 참가한다는 것에 권혁이 납득하지 못했다. 한화 소속으로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권혁의 자유계약선수 공시 소식에 많은 구단들이 권혁에 눈독을 들인 것이 사실이었다. 

KBO리그 전 구단이 좌완 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고 권혁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좌완 투수를 아무런 대가 없이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선수 등록 마감일인 1월 31일을 넘겨 육성선수로 계약을 한 뒤 5월에서야 등록 선수 자격으로 1군 무대에 오를 수 있었지만 프리에이전트(FA) 선수처럼 보상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부담도 없었다. 
롯데 역시 고질적으로 좌완 투수 기근에 시달리는 팀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지난해까지 좌완 투수진을 지탱했던 이명우가 FA 자격을 얻었지만 신청 하지 않았고 구단은 이명우에게 방출 통보를 내렸다. 1군에서 그나마 실적을 올린 토종 좌완 투수는 고효준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삼성에서 방출된 박근홍을 영입했지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
롯데 역시 권혁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자유계약선수 공시 요청이 알려진 뒤 롯데 프런트도 발 빠르게 권혁의 현재 신분을 수소문했고 영입을 타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현장과 의논한 결과 기존 좌완 자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향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좌완 투수 자원들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의존했던 롯데였고, 그 과정에서 젊은 좌완 투수들이 클 수 없는 상황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현장에서는 권혁의 영입을 보류했다. 현재 구단의 젊은 좌완 자원들에게 기회를 주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한 현장의 방침이었다. 
현재 대만 가오슝 1차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좌완 자원은 선발 브룩스 레일리를 제외하고 고효준, 차재용, 정태승, 3명이다. 지난 2015년 2차 2라운드로 지명됐고, 매번 기대주로 촉망 받았던 차재용의 경우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로부터 성장세가 뚜렷하다고 입을 모은 투수 중 한 명이다. 정태승 역시 꾸준히 관심을 받았던 좌완 중 한 명이다. 
현장은 현재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좌완 자원들에 대한 성장에 확신을 갖고 있기에 계산이 서는 권혁의 영입을 보류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좌완 자원에 대한 구단과 현장의 판단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jhrae@osen.co.kr
[사진] 가오슝(대만)=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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