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크게 반겨주시다니”.
두산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구장. 아침 일찍부터 내린 비로 구시가와구장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았고, 선수단은 실내연습장에서 오전 훈련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훈련장 내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 뒤 투수들은 숙소로 돌아갔고, 야수들은 웨이트룸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훈련장을 떠나지 않았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에도 식당에 남아 누군가를 기다렸다. 이날 오전 비행기를 타고 오키나와로 넘어온 투수 권혁(36)이었다. 권혁이 정오쯤 공항에 도착했고, 김태형 감독은 1시간 넘게 식당에서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김태형 감독 외에도 김태룡 단장, 투수조장 유희관 그리고 권혁과 절친한 친구인 이현승이 환대를 준비했다. 오후 1시40분쯤 정장 차림의 권혁이 구시가와구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기다리던 사람들이 식당에서 일어나 크게 박수를 치며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식당에 들어선 권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미소 가득한 김태형 감독이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이어 김태형 감독은 “현승아 좀 안아줘”라고 한마디했고, 이현승이 권혁과 손을 맞잡은 뒤 포옹하며 ‘절친 인증’을 했다. 유희관도 “투수조장입니다”라며 권혁과 첫 인사를 나눴다.

이현승이 “1시간을 기다렸다”고 너스레를 떨자 두산 관계자는 “이벤트라는 게 원래 그렇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코치들에게 인사를 하고 식당에 다시 온 권혁에게 “밥 안 먹었지? 밥 먹어”라며 점심을 권했다. 김 감독과 두산 선수단의 따뜻한 환대 속에 권혁은 두산에서 첫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권혁은 “이렇게 크게 반겨주시다니 놀랐다. 기분이 좋고, 그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18년째 오키나와에 오고 있다. 매년 캠프 때마다 오는 곳이지만 올해는 기분이 많이 다르다. 김태형 감독님께서 직접 전화까지 주셔서 ‘같이 하고 싶다’고 하셨다. 선수로서 그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 야구장에서 실력으로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불태웠다.
두산은 9일이 휴일이다. 권혁은 10일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고 캠프 첫 훈련에 나선다. 권혁은 “팀을 옮기면서 열흘 정도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상은 없다. 그 이전에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서두르지 않되 최대한 컨디션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화의 2군 스프링캠프에 포함된 권혁은 구단에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 31일 한화 구단과 최종 면담 끝에 결별이 확정됐다. 지난 1일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된 권혁은 여러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았고, 두산과 연봉 2억원에 전격 계약했다. 1월31일 선수 등록 마감시한을 넘겨 육성선수로 계약한 권혁은 5월부터 1군 엔트리 등록이 가능하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