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변명 거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신본기는 지난해 내야의 만능 키였다. 주 포지션인 유격수부터 시작해 2루수와 3루수 등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하며 내야진에 힘을 보탰다. 신본기의 기본적인 수비 능력을 코칭스태프가 신뢰한 것이긴 했지만, 해당 선수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미션일 수도 있었다. 이런 여파로 수비에서 기복이 보였다. 팀 내에서도 수비가 뛰어나기로 정평이 났던 신본기였지만, 지난해 20개의 실책을 범하며 ‘수비=신본기’라는 등호가 성립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본기는 전 포지션을 오갔던 지난해의 상황을 자신의 당연한 임무로 받아들였고,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그는 “수비 위치를 오갔던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는 정해진 포지션 없이 준비를 했었고, 지난해 내 임무가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면서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차이가 컸다.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내 잘못이다”고 되돌아봤다.

올 시즌은 전 포지션을 오가는 일은 없을 전망. 코칭스태프는 신본기를 유격수로 못박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신본기도 다시금 유격수 포지션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에게 더 이상의 변명과 핑계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유격수로 준비를 하면, 이제 더 이상 변명거리는 없는 것이다. 한 포지션만 하는 것이기에 좀 더 확실하게 준비를 해야 하고, 더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지난해보다 실책 수를 줄이는 게 신본기의 과제다. 그는 “지난해 실책 숫자가 너무 아쉬웠다. 올해는 더 착실하게 플레이를 해서 실책을 줄이고 싶다. 그래도 너무 신경을 쓰면 하면 힘들어지기 때문에 착실하게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올해를 더 나은 시즌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분석한 원인은 ‘기복’이었다. 일단 “지난해 막판 허리와 어깨가 좋지 않아서 회복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았다”는 신본기는 “체력을 보충하는데 신경을 썼다. 그리고 지난해 기복이 많았던 게 부족한 점이라고 생각했고, 체력과 멘탈적으로 많이 흔들려서 기복이 있었던 것 같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신본기의 성과라면 타격 성적이 일취월장했다는 것. 시즌 막판 성적이 약간 떨어졌지만 타율 2할9푼4리(425타수 125안타) 11홈런 71타점 55득점 OPS 0.799 득점권 타율 3할을 기록하는 등 타격 전 부문에서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찍었다. 절박함 속에서 자신만의 야구를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는 “막판 약간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타격 성적이 이전보다 좋아졌다. 내 야구가 어떤 것인지 찾을 수 있는 터닝포인트였다”면서 “젊은 내야수들도 성장하고 있었다. 시즌을 앞두고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정신이 번쩍 뜨였다. 그만두더라도 내 야구는 다 하고 그만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절박한 심정으로 시즌을 준비했고 그 부분에 집중을 해서 더 나은 성적이 나왔다”고 전하면서 지난해 각성의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는 더 나은 올해를 만들기 위한 발판이 돼야 한다는 게 신본기의 생각. 올해 역시 절박하고 마지 “앞으로 더 좋아야 하니까 지난해를 토대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올해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시즌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팀 성적도 이제는 좋아져야 한다. 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나도 많은 경기에 나와서 보탬이 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도 경험을 쌓으며 또 한 단계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사진] 가오슝(대만)=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