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차범근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한국 축구를 사랑했다.
대한민국 유소년축구선수들의 꿈을 지원하는 '제31회 차범근축구상'이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AW컨벤션센터 크리스탈홀에서 개최됐다. 1988년 제 1회 시상식을 개최했던 차범근축구상은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하며 한국 축구의 산실이 됐다.
이동국(전북 현대, 제 4회) - 박지성(은퇴, 제 4회) - 기성용(뉴캐슬, 제 13회)가 대표적인 차범근축구상 출신의 스타플레이어이다. 황희찬(함부르크, 제 21회) - 백승호(지로나, 제 22회) - 이승우(베로나, 제 23회) 등 한 한국 축구의 미래들도 이름을 올렸다.

제 31회 차범근축구상은 '베스트일레븐'과 '최우수여자선수상', 그리고 '최우수지도자상' 부문으로 구성됐다. 모든 시상이 끝나고 나서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차범근 위원장에게 31년간의 노고를 기념하기 위해 감사패를 전한 것.
1953년생인 차범근 위원장은 "요즘은 안경을 쓰지 않으면 태블릿 PC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과거 고생하신 선배들을 보며 내가 사명감을 느껴 지금까지 이어왔다.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겠다는 확신을 30년이 되면서 느끼게 됐다"고 그간 31년을 돌아봤다.
31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순(60세)을 넘어 고희(70세)에 가까워진 차 위원장은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차 위원장은 최근 한국 축구들의 여러 이슈들에 대한 충언을 아끼지 않으며 여전한 애정을 보였다.
이날 화제가 된 것은 최근 국대 은퇴를 결심한 1989년생 기성용-구자철과 한국 축구의 미래로 평가받는 2001년생인 이강인이었다. 차 위원장은 국가 대표팀과 관련해서 기성용-구자철-이강인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3년 째 '팀 차붐'을 통해 어린 선수들의 독일 선진 축구 체험을 이끌고 있는 차 위원장은 "실질적인 변화도 느껴진다. 아이들이 적응기를 거친 뒤 보이지 않던 능력을 보여준다"며 "안에 있던 잠재력은 한번 나오면 계속 나온다.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인의 국대 발탁에 대해 차 위원장은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잠재력이 터지면 그 선수의 성장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따라서 실력만 있다면 나이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나도 그렇게 성장했다. 잠재력을 보고 선발해주신 은사 덕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어린 선수의 선발에 대해 반신반의의 여론이 지배적이다. 차 위원장은 "내가 대표팀 감독일 때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고종수-이동국 등 막 프로 무대에 입단한 선수를 데려가는데 많인 비난이 있었다. 아직 어른들 세계에 고정관념이 있다. 경험의 중요성은 알지만, 더 열린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인의 국대 발탁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힌 차 위원장은 대표팀의 베테랑 기성용-구자철의 은퇴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벤투호의 주축이었던 기성용-구자철 두 선수는 지난 2019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차 위원장은 "기성용과 구자철의 나이는 막 서른을 넘었다. 아직 노장이라고 볼 수도 없다. 나는 그 나이에 막 레버쿠젠으로 건너가서 6년을 더 뛰었다. 사실 두 선수 모두 실력이 있으니 아직 유럽에서 뛰는 것이다"고 생각을 밝혔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차 위원장은 기성용-구자철의 팀내 리더십에 주목했다. 그는 "기성용-구자철은 K리그서 데뷔해서 유럽으로 진출했다. 이런 경험을 살려 유럽파 선수들과 국내파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전했다.
차 위원장은 대표팀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짧은 조언이지만 이강인 기성용 구자철을 비롯한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