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필름케이)가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집단,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미스터리 하게 담았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강렬한 서사, 보색 대비 및 푸른 색을 강조한 색감, 독특한 미장센, 그리고 숨막히는 결말이 122분 러닝타임 내내 보는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기독교와 불교, 그리고 무속신앙을 각각 20%, 50%, 30%로 조합해 본 적 없는 신흥종교 ‘사슴동산’을 창조했다. 한국적인 종교색을 반영해 ‘검은 사제들’에 이어 한국형 新오컬트 영화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달 20일 개봉한 후에는 마니아층 관객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오컬트 장르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주의나 초자연 현상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악마,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초하며 살인 등 잔인한 묘사보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공포심이 극대화된 영화이다.
이에 따라 ‘사바하’는 명백하게 오컬트 장르에 속한다. 장재현 감독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오컬트 영화는 아니고 종교적 색채가 진한 영화”라고 말했지만 이 영화가 기독교와 불교, 무속신앙을 합친 사이비 종교를 기반으로 창작됐고 무엇보다 의문의 쌍둥이 자매의 탄생, 사건들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존재이기 때문에 한국형 오컬트 영화로 분류할 수 있겠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에 이어 다시 한 번 종교를 영화의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의도한 것은 아닌데 (국내외)종교(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더라. 저는 종교라는게 가장 인간적인 것 같다. 휴머니즘 요소가 많아서 영화화할 소재가 많다”며 “(섬기는 행위는)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바하’는 직접 각본을 쓴 장재현 감독만의 세계관과 준비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무엇보다 극중 캐릭터들을 풀어낸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돋보인다.
주연 이정재와 박정민을 비롯해 진선규, 이재인, 이다윗이라는 신선한 캐스팅 조합과 그들의 연기 변신이 기대를 충족시키기 충분하다. 이정재는 영화 ‘빅매치’(감독 최호, 2014) 이후 5년 만에 출연한 현대극에서 어딘가 모르게 사기꾼 같은 박목사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정재표 박목사는 의문의 인물 및 사건들 속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개봉한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에서 지질한 청년 래퍼 학수를 소화했던 박정민이 ‘사바하’에서는 정비공 나한 역을 맡아 서늘하고 강렬한 얼굴을 보여줬다. 정진영, 이정재 등 선배들과의 연기 호흡에서도 밀리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연기적 에너지를 십분 발휘했다. 그의 연기력은 이제 ‘믿고 볼 만한’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 30대 초중반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 박정민의 연기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에서 요리왕 마형사였던 진선규가 ‘사바하’에서 정통 스님으로 변신한 모습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가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는 앞으로 만날 또 다른 작품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 purplish@osen.co.kr
[사진]영화 스틸이미지